[횡설수설]송영언/몸보시(布施)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14분


불교의 실천덕목 중 하나인 보시(布施)는 원래 세 가지였다. 재물로 베푸는 재시(財施)와 부처님의 진리를 가르쳐주는 법시(法施), 그리고 두려움과 어려움으로부터 구제해주는 무외시(無畏施)가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보시의 범주도 넓어졌다. 꼭 이들 세 가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시간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면 모두 보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에서는 남에게 늘 환한 얼굴을 보이는 것이나 따뜻한 마음, 봉사하는 자세, 양보정신, 주위를 깨끗하게 하는 것 등도 모두 보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보시는 불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외국에 비해 아직 열악한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보시문화’가 싹트고 있다. 수입의 1%를 나눔의 실천에 쓰자거나 유산의 10%를 이웃을 위해 내놓자는 캠페인 등이 벌어져 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다. 며칠 전에는 팔순의 실향민 강태원씨가 270억원을 불우이웃을 위해 쾌척했고 교수 출신 사업가 황필상씨는 재산 215억원을 대학에 내놓았다. 30년간 노점상으로 일군 전재산인 연립주택을 대학에 기증한 할아버지도 있다.

▷이번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의 도우스님이 말기 간경화 환자를 위해 간 일부를 떼어줘 세상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자신의 몸 일부를 내준 것이니 ‘몸보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환자복을 입고 해맑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비의 마음으로 베푼다’는 보시정신을 몸소 실천한 20대 스님의 선행이 아름답기만 하다. 3년 전 신장질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도 했던 그는 혈액암환자를 위해 골수기증 신청까지 해 우리네 보통사람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들처럼 재산이나 몸의 일부를 내놓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선행이 공개되는 것을 거북해한다. 도우스님도 처음에 “대단한 일도 아닌데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고, 연립주택을 내놓은 할아버지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며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이들은 지금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보시’라는 그들의 믿음이 깨진 것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그만 일을 해놓고도 생색내기에 바쁜 이 땅의 속인들에 비하면 그들의 정신은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하다. 탐욕과 부정비리가 만연하는 세상에서 그래도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메마르지 않고 지탱되는 것이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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