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안철수/벤처 CEO ´전략적 리더´ 되라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45분


4년 전의 패배를 극복하고 올해 눈부신 영광을 안았던 월드컵 한국대표팀처럼 현재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벤처기업들도 도약을 위한 분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번역된 경영 관련 서적 중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 저·김영사)라는 책이 있다.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11개 기업을 모델로 공통점을 연구 분석한 이 책은 이들 기업의 공통점 중 하나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지적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눈앞에 닥친 현실에서 가장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면서도 동시에 결국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이는 베트남전 당시 8년간의 포로 생활을 견딘 스톡데일이라는 미국 장군의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어(造語)다.

스톡데일은 숱한 고문을 받아 가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았으며 다른 많은 포로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도록 정신적 지도자가 됐던 인물.

그에 따르면 포로들 가운데 낙관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대부분 죽고 오히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들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다가 극심한 절망과 나약함에 빠지지만 현실주의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하여 미리 각오를 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벤처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멸시로 바뀌어 가고 있는 지금 벤처기업들은 냉혹한 현실과 자기의 위치를 엄격하게 직시하고 동시에 반드시 성공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조직이 어느 정도 성장한 벤처기업들은 시스템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벤처 초기 또는 성장 단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모든 일에 관여하고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하지만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게 되면 권한과 책임,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CEO는 권한을 위임하는 대신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회사의 전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 몰두해야 한다. CEO는 전략적 리더로서 회사의 방향을 잡고 구체화하는 시스템 디자이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책임과 권한에 대한 역할 정립도 필요하다. CEO를 비롯한 관리자들이 할 일은 직원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직원들은 기업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리자는 직원들의 업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와 권한을 줘야 하며 직원들은 그 목표와 권한 하에서 실행 책임을 지고 스스로 방법을 선택하여 일의 성과를 일구어내야 한다.

이는 물론 충분한 역량을 가진 관리자와 실무자가 만났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므로 이상적인 상태에 있지 않은 조직에서는 관리자나 실무자 모두 이런 이상적인 구도를 이룰 수 있도록 서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진정으로 직원을 사랑하는 관리자라면 실무자를 강하게 만들어야 하고 실무자들도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CEO부터 각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합심한다면 벤처에서 기업으로 도약하는 일도 결코 꿈같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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