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스웨덴-덴마크의 환경정책 ´에너지 민주주의´

  • 입력 2002년 8월 2일 17시 56분


◇에너지 민주주의/이이다 데츠나리(飯田哲也) 지음 제진수 옮김/253쪽 1만3000원 이후

책 제목이 신선하다. 에너지와 민주주의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스웨덴과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면서 스웨덴의 원자력발전 포기와 덴마크의 풍력발전 확대 정책을 소개한 책이다.

일본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두 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선택한 과정과 현재 상황, 그리고 미래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구조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도 이들 나라와 마찬가지로 원자력발전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가능 에너지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민주주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들 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수립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고 그 뒤의 에너지 조달정책도 시민, 전문가, 정치인, 관료 등의 다양한 토론을 거쳐 수립했다. 덴마크의 에너지 정책도 시민들이 참여한 합의회의의 영향을 받는다. 물론 이런 절차를 거쳐 세워진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중심이 된다.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확립에 필수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같은 시스템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런 시스템에 도달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에너지절약과 바이오매스(생물자원) 이용을 확대하고, 덴마크는 풍력발전 및 바이오매스 이용 확대와 에너지 절약을 통해 2050년까지 대부분의 에너지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일본에서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2년간 스웨덴 체류를 결산하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일반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서로 연관을 짓기 어려울 정도로 수치가 많이 나오는 부분도 있고, 간략한 설명을 나열한 탓에 내용을 연결하거나 조망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이는 아마도 저자가 스웨덴과 덴마크의 직접 자료와 문헌들 보다 주로 영어 문헌과 인터뷰에만 의존했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인구가 500만 명 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인 덴마크의 경우 환경에너지부 홈페이지에는 영어보다 덴마크어 자료가 훨씬 많다. 물론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깊이와 조망을 얻으려면 이런 자료뿐만 아니라 신문과 잡지의 글까지도 참고해야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번역에서도 실수가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풍력전차는 풍력 전기철도로 번역해야 이해가 쉽다.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인 바텐포르는 스웨덴어로 ‘폭포’라는 뜻이다. 그런데 책에는 바텐포르가 용(龍)을 의미하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웨덴 전력시장은 수력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돼 있다. 일본어로 ‘폭포’를 의미하지만, ‘용’으로도 읽기 쉬운 한자를 사전도 찾아보지 않고 그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애모리 로빈스가 쓴 ‘소프트 에너지 패스(Soft Energy Path)’라는 책도 ‘소프트 에너지 버스(Bus)’로 돼 있다.

이필렬 한국방송대 교수·과학사 prlee@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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