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위, 누가 거수기로 만들었나

  • 입력 2002년 7월 31일 18시 55분


중국산 수입마늘에 대한 피해조사 요청을 거부했던 무역위원회의 전성철(全聖喆) 위원장이 사표를 내면서 무역위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무역위가 행정부의 거수기로 전락한 데 대한 위원장으로서의 불만과 항의표시였기 때문이다. 법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위원회를 이처럼 행정부가 장악하고 간섭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중국산 마늘 문제로 인한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수입품에 의한 산업피해를 공정하게 심사해야 할 기관의 역할까지 무시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전 위원장이 이번 마늘 심의과정에서도 무역위가 무시하기 힘든 행위들이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무역위가 중국산 마늘에 대한 피해조사 여부를 결정하기 3일 전에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1조8000억원 규모의 마늘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은 피해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노골적인 ‘압력’이 아닌가.

독립성을 상실한 무역위의 결정은 권위를 잃어 상대국의 무역보복 행위만을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 외국산의 수입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무역마찰을 피하려면 무역위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절반이 국내에서 수입품과 경쟁하는 처지에서 무역위의 파행 운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조직인 데 비해 우리 무역위는 산업자원부 산하 조직인 데다가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의 위원 중 7명이 비상임으로서 전문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무역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과 기능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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