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와 해양 전문가들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모래 채취량과 면적에 관계없이 사전 환경영향평가제를 시행하고 모래 채취 해역을 ‘수산자원 보전지구’로 지정하는 등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바다골재 채취량〓23일 전남 신안군에 따르면 산업자원부가 96년부터 2년간 신안군 해역 바다골재 자원 부존량을 조사한 결과 총 부존량은 7억1900만㎥로 이 가운데 24%인 1억7500만㎥가 채취 가능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자치단체들이 바다골재 채취 허가를 남발하고 불법 채취까지 행해지면서 총 부존량 가운데 이미 90% 정도가 채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도군과 신안군 경계지역인 진도군 가사도 해역의 경우 채취 가능량이 936만㎥이지만 두 군이 경쟁적으로 허가를 내줘 1.7배가 넘는 1628만㎥가 채취됐다.
또 해남군 화원, 신안군 장산, 도초 우이도 해역은 채취 가능량이 2516만㎥이지만 이미 95.8%인 2410만㎥가 채취됐다.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도군이 내준 공유수면 골재채취 허가는 모두 238건으로 채취량만도 3043만1000㎥(15t 트럭 30만대 분)에 달해 114억원의 채취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충남지역의 경우 보령, 태안, 당진 등 3개 시군이 99년 580만㎥, 2000년 721만㎥, 2001년 902만㎥, 2002년 1450만㎥의 바다골재 채취 허가를 내줬다.
▽해양생태계 파괴〓바닷모래의 무분별한 채취로 해저 지형이 변해 어류 산란장소가 사라지고 해안 유실로 천혜의 해수욕장이 사라져가고 있다.
신안군이 최근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10여년간 모래를 채취한 바다 밑을 조사한 결과 목포시 시하 앞바다에서 진도군 조도 사이 해저에 길이 80㎞, 폭 10㎞, 깊이 10∼15m의 대형 수로가 발견됐다.
신안군 자은, 임자면의 해안선 지역은 지도상의 해안선보다 육지 부분이 50∼70m가량 침식됐고 신의면 지미해수욕장의 경우 바닷모래 채취가 본격화된 5년 전부터 모래밭이 풀밭으로 변하고 구릉이 생겨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충남 태안군 꽃지해수욕장의 명물인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 주변은 모래가 완전히 쓸려나가 암석과 자갈만 남았다. 태안반도 위쪽 만리포해수욕장은 모래 유실로 자갈이 드러나 올해 7500t의 모래를 채워야 했다.
목포환경운동연합 김경완(金京完) 사무국장은 “수산식물의 서식지인 모래가 사라지면서 바다가 심하게 멍들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많이 잡히던 꽃게, 새우, 병치가 사라지는 등 어족 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것도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책〓전문가들은 모래 채취선이 해저면의 모래를 물과 함께 빨아올리고 방류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모래를 계속 파낼 경우 수심이 깊어져 지질학적으로도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목포대 해양자원학과 임현식(林賢植) 교수는 “개발 전 환경영향평가제 실시와 함께 채취 가능한 골재 총량을 정해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고 육상 하역장에서 철저한 검사를 통해 허가량 외의 골재 채취를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10년 넘게 계속된 바닷모래 채취로 해안이 침식되는 등 해양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자 지난해 허가된 바닷모래 잔량(35만㎥)의 채취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5일부터 바다골재 채취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한편 신안군과 진도군은 지난해 9월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해양 생태계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7억원을 들여 여수대와 목포대에 용역을 의뢰, 내년 5월까지 해양환경영향을 조사키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신안〓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