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미술…"나도 한번"…'열린미술'展 등 제작과정 공개

  • 입력 2002년 7월 23일 19시 01분


'열린 미술'전에 전시 중인 황선구의 몽타주 사진 '벽' [사진제공=성곡미술관]
'열린 미술'전에 전시 중인 황선구의 몽타주 사진 '벽' [사진제공=성곡미술관]
난해하고 골치아프다고 여겨지는 현대 미술. 그 통념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9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열린미술-미술의 시작’전과 9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상상 속의 놀이’전. 이들 전시장에 가면 현대 미술은 결코 어렵지 않다. 오히려 즐겁고 유쾌하다.

성곡미술관의 ‘열린 미술’전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인 작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줘 미술을 쉽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드로잉 콜라주 채색화 몽타주 탁본 드립페인팅 등으로 나누어 문경원 신경희 유현미 황인기 정규리 유병훈 하동철 정종미 등 11명의 작가가 한두 작품과 그 작품에 이르기까지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서너점씩을 전시한다.

황인기의 콜라주 작품 ‘디지털 산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콜라주는 화면에 인쇄물 천 쇠붙이 모래 나뭇잎 등 여러 가지를 붙이는 기법을 말한다.

'상상 속의 놀이'전에 전시 중인 양승수의 설치미술 '1996 말' [사진제공=인사아트센터]

황인기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같은 전통 그림을 컴퓨터를 이용해 흑백의 점으로 분해한다.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점으로 변환된 종이를 나무판에 올려놓고 그 점에 구멍을 찍는다. 종이를 걷어내고 나무판에 표시된 점에 다시 크리스탈을 박아 전혀 색다른 분위기의 산수화를 만들어낸다. 디지털화된 전통 산수화다. 작가의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보는 이를 유쾌하게 한다.

하동철의 탁본도 신선하다. 예상치 못했던 것들을 탁본해 보여준다. 길거리의 맨홀 뚜껑, 톱, 멧돌은 물론이고 오징어도 탁본했다. 탁본 결과는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멋지다. 마치 위대한 조각가의 바위 글씨 정도나 탁본하는 것이란 통념을 무너뜨린다. ‘나도 한번 해봐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황선구는 벽에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디지털사진 기법으로 처리해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정규리와 유병훈의 드립 페인팅은 관람객로 하여금 한층 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드립 페인팅은 붓 등의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물감을 뿌리거나 붓는 회화기법이다.

'열린 미술'전에 전시 중인 하동철의 탁본 'COSMOS' [사진제공=성곡미술관]

정규리는 통에 담긴 유성 물감을 죽 뿌린 추상회화를 보여준다. 둥글게 하기도 하고, 직선으로 하기도 하고, 뿌리는 사람 마음이다. 이러한 작품이 여러 패널에 걸쳐 선보인다. 유병훈은 뿌리는 대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화면에 쿡쿡 찍어댄 작품을 전시한다.

알고 보면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물감을 죽 붓거나 손가락으로 쿡 찍어도 멋진 추상미술 하나가 탄생한다는 사실. 그러니 미술이 어려울 리 없다.

전시기간 매주 토 일요일 오후 2시에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작품 제작 시연을 갖는다(8월11일 제외). 02-737-7650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상상 속의 놀이’전도 신나는 미술판이다. 아이들의 머리 속에 잠재돼있는 상상력을 자극해 미술과 학습 놀이를 연계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전시는 작가 20여명이 ‘캐릭터 천국’ ‘즐거운 공부방’ ‘상상 동물원’ ‘사이버 나라’ ‘와글와글 놀이나라’ 등으로 구성된다. ‘캐릭터 천국’은 만든 캐릭터 벽지에 아이들이 색칠하는 공간으로 꾸몄고 ‘신나는 공부방’에선 작가가 고안한 연필로 글씨를 쓰면 10분 뒤 글씨가 사라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미술을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다. 02-736-1020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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