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인력 문제 신중히 접근하라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29분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력제도 개선 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내용을 적지 않게 포함하고 있다. 93년 이후 이탈한 산업연수생과 밀입국 근로자 27만명을 오랫동안 방치하다가 8개월 안에 모두 붙잡아 추방하는 일이 현재의 단속 인력과 수용시설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자진 신고자에게 범칙금을 면제해주고 재입국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자진 출국을 유도할 계획이지만 불법 체류로 생기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얼마나 성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불법 체류자 27만명을 한꺼번에 내보낼 경우 예상되는 건설업과 3D 업종의 극심한 인력난도 걱정이다. 노동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밀입국했거나 체류 기간이 지난 상태에서 식당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국 동포를 합법화시켜주는 방안은 자칫 외국인력이 제조업에서 빠져나와 근무 여건이 비교적 나은 서비스업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외국인력을 허용하는 서비스업의 범위를 넓히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외국인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불법으로 입국했거나 체류기간을 넘겼더라도 출국할 때 50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현행 제도는 외국인력의 불법 입국 및 체류를 근절하기 힘들다. 중국 등지에서 열악한 밀항선을 타고 한국으로 오다가 수많은 인명이 숨지는 사고가 잦은 것은 우리의 느슨한 외국인력 관리가 부른 참화라는 일면도 지니고 있다.

악덕 고용주의 노임착취 인권유린과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질병치료 등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 근로자들이 서독의 탄광으로, 열사의 중동으로 돈벌러 나갔던 시기도 있었다. 어려웠던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함부로 다루다가는 국가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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