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한탕주의 온상인가(상)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14분


【최근 검찰이 코스닥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주가조작 및 벤처비리 사범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갈수록 자본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내부에 뿌리 깊게 박힌 ‘한탕주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점점 지능화돼 가는 코스닥의 비리를 2회에 걸쳐 진단한다.】

국민의 혈세(血稅)가 새고 있다.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 감독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은 정부 지원금을 따내면 ‘정부가 기술력을 공인한 기업’이라는 광고효과가 있다고 보고 정부 출자 창업투자조합의 투자를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투자자금의 운영을 전적으로 창업투자사에 맡겨 놓은 상태. 그러나 창투사 임직원의 부정을 견제할 내부통제 및 외부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관리 감독 기능이 허술〓중소기업청은 157개 조합에 4300억원(5월말 현재 잔액기준)을 출자했다. 창투조합은 중기청 30%, 창투사 5%이상, 나머지는 금융회사와 개인투자자 등이 출자해 구성되는데 벤처붐이 일기 시작한 99년부터 급증했다. 만기는 5∼7년이며 창투사는 이 돈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얻은 수익금을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준다.

문제는 정부가 거액을 지원하고도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것. 중기청 업무를 대행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조합원 자격으로 1년에 한 번씩 결산보고서를 받거나 매월 투자내용서를 받는다. 그러나 157개 조합을 관리하는 인원은 중기청과 중진공에 각각 4명에 불과해 서류 정리만 해도 벅찬 실정이다. 창투사가 거짓 보고를 해도 현장조사를 통해 진위를 가려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부정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검찰에 구속된 제일창투 대표 허모씨는 조합에 대한 외부감시가 소홀한 점을 이용해 허위매매계약서를 작성, 제일벤처4호 투자조합이 갖고 있던 S사 주식을 시가의 10분의 1에 넘겨받은 후 시장에서 팔아 차액 167억원을 챙겼다.

계약서에는 매매시점을 코스닥등록 이전으로 하고 인수가격도 조합의 투자원가보다는 약간 높게 해 서류상으로는 조합이 이익을 낸 것으로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중기청에서 감사를 해도 특별한 횡령혐의를 찾아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다른 창투조합에도 이같은 수법의 횡령 사례가 많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며 “그러나 코스닥시장이 너무 위축된다는 점을 감안해 투자조합 전반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창투조합을 운영했던 P씨는 “수익성이 별로 없는 벤처기업인데도 창투사 임원과 친인척 관계라는 이유로 조합이 투자하고 회사대표가 투자금을 횡령해 달아나 부도난 사례도 있다”면서 “창투사 임직원이 조합자금을 횡령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창투사를 감독하는 공무원을 늘리는 것보다는 조합 감사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조합원인 금융회사가 조합의 운영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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