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종석 /축구스타의 몸값

  • 입력 2002년 6월 29일 19시 18분


당연한 경제원리지만, 사람들이 버는 돈은 누군가의 지출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내가 만드는 물건이나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내게 그만큼의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의 월급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 일을 하거나 그런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월드컵 축구에 출전한 세계적 스타 선수들의 천문학적 몸값이 화제가 되더니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내자 이번엔 우리 선수들의 몸값이 국제 프로축구 시장에서 크게 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 유명구단이 거금을 내고 우리 선수들을 데려가겠다는 것은 우리 축구선수들의 기량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량이 높아졌다는 것만으로는 스타급 선수들이 받는 천문학적 액수의 몸값을 설명할 수 없다. 재단사나 요리사, 미용사 같은 사람 중에도 세계적인 기량과 고도의 기능을 갖춘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이 받는 보수는 프로 스포츠 스타들이 받는 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그 기능으로 시장에서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가진 재단사나 요리사라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고급 옷이나 고급 요리는 오직 한정된 수의 소비자만이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만든 옷이나 요리가 아무리 비싸도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스포츠 스타들의 기량은 미디어를 통해 수십만,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한꺼번에 전달된다. 관중 개개인이 내는 경기 입장료가 적은 금액이라고 해도 그 돈을 모두 합치면 엄청난 거금이 된다.

▷외국의 프로축구팀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이 팀들이 우리나라 스타 선수들에게 높은 몸값을 내겠다는 것은 이들을 확보할 경우 선수들에게 주는 몸값보다 더 많은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받는 천문학적 몸값은 그 기량도 기량이지만, 그것을 다수의 대중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대중 매체가 없었던 중세시대에는 아무리 최고 수준의 운동선수나 연예인이라도 오직 왕족과 귀족 등 소수만을 위한 궁중 스타였을 것이고 그러기에 그들이 받는 보수는 최고급 요리사와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이야말로 시장경제와 정보통신 혁명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김종석 객원논설위원 홍익대 교수·경제학 js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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