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명구단이 거금을 내고 우리 선수들을 데려가겠다는 것은 우리 축구선수들의 기량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량이 높아졌다는 것만으로는 스타급 선수들이 받는 천문학적 액수의 몸값을 설명할 수 없다. 재단사나 요리사, 미용사 같은 사람 중에도 세계적인 기량과 고도의 기능을 갖춘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이 받는 보수는 프로 스포츠 스타들이 받는 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그 기능으로 시장에서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가진 재단사나 요리사라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고급 옷이나 고급 요리는 오직 한정된 수의 소비자만이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만든 옷이나 요리가 아무리 비싸도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스포츠 스타들의 기량은 미디어를 통해 수십만, 수백만 명의 소비자에게 한꺼번에 전달된다. 관중 개개인이 내는 경기 입장료가 적은 금액이라고 해도 그 돈을 모두 합치면 엄청난 거금이 된다.
▷외국의 프로축구팀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이 팀들이 우리나라 스타 선수들에게 높은 몸값을 내겠다는 것은 이들을 확보할 경우 선수들에게 주는 몸값보다 더 많은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받는 천문학적 몸값은 그 기량도 기량이지만, 그것을 다수의 대중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대중 매체가 없었던 중세시대에는 아무리 최고 수준의 운동선수나 연예인이라도 오직 왕족과 귀족 등 소수만을 위한 궁중 스타였을 것이고 그러기에 그들이 받는 보수는 최고급 요리사와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이야말로 시장경제와 정보통신 혁명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김종석 객원논설위원 홍익대 교수·경제학 js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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