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영탁/축구도 4강, 경제도 4강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1분


월드컵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내일 결승전이 치러지면 이번 월드컵의 우승국이 가려지게 된다. 지난 1개월간 월드컵을 치르면서 우리는 참 행복했다. 목이 터져라 소리질렀고 이따금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지만 기쁨의 눈물도 여러 번 흘렸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고 우리 스스로가 이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다. 세상에 태어난 이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처럼 가슴 뿌듯한 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 모두에게 생애 최고의 2002년 6월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이룩한 성과는 수도 없이 많다.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4강 진입의 신화를 이룩했는가 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서구의 축구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온 국민의 참여와 열광을 가져온 ‘붉은 악마’의 응원은 세대간 이질감을 완전히 해소시켰고 우리 젊은이들의 뜨거운 나라 사랑이 그렇게 미더울 수 없었다.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일 수는 없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목표의 달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축구의 성공 요인과 이를 뒷받침해온 국민적 열기를 정치 경제 등 타 분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축구만 잘 하고 다른 분야는 계속 뒤져 있는 세계의 몇몇 나라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새로 시작하는 진지한 자세가 요구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의 가능성을 앞으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우선, 이번에 우리는 대표팀 선수들이 팀워크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찬사를 보냈다. 그것이 팀의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앞으로 우리 각자는 전체의 이익이야 어떻게 됐든 내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내 주장이 조직의 이해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심사숙고하면서 조직의 이익을 위해 때로는 내 주장을 거두어들일 줄도 알아야 하겠다.

둘째, 거스 히딩크 감독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의 수입이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개방과 자율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동의해야 한다. 무조건적 외국 우선의 사고도 문제지만 외국 배척의 사고도 문제다. 필요하다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생산수단을 잘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선수 선발이나 훈련에서 연고주의를 탈피한 것과 체력과 기본기를 훈련한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는 구시대의 유물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지역에 따른 표쏠림 현상은 가히 망국적이다.또 매사에 정도로 임해야 하며 요령이나 술수를 부려 임시 방편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한국축구의 성공이 그동안 선수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온 국민의 일치단결이 이루어낸 국민적 합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축구만 4강이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4강 진입이 가능하도록 온 국민의 지혜와 동참을 기대해 본다.

이영탁 KTB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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