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쉬움 속의 6·15선언 2주년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36분


6·15남북공동선언 2주년을 맞는 우리는 당시의 감격을 여전히 확인하면서 동시에 아쉬움을 느낀다. 남북한 정상이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던 것은 민족적인 쾌거였음이 분명하다. 그날의 다짐에 따라 그동안 서울과 평양에서 장관급회담이 6차례 열렸고 남북한 이산가족들도 4차례 눈물의 상봉을 했다. 남북한 인사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평화와 화해문제를 논의했고 경의선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 등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도 나왔다. 2년 전 남북한 정상회담은 그만큼 남북한간의 적대감과 긴장을 크게 완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남북한 관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지 않고 있는 데다 당국간 회담은 교착상태다. 이미 서로가 약속한 일들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일이 그렇게 된 데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장과 지난해의 9·11테러사건 등 새로운 국제 환경이 상당히 작용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이 지금처럼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그 같은 외부적 영향 못지 않게 남북한 양측의 책임이 크다.

우선 북한은 6·15공동선언이 민족통일의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선언에 따라 서로가 합의한 약속도 일방적으로 저버리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대화에 나온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개방과 개혁을 할 경우 직면하게 될 체제 유지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속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북한의 그동안 처신에는 미흡함이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민족적인 기대를 약화시켰으며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회의를 깊게 했다.

6·15공동선언 이후 우리 정부가 취한 정책도 비판받아야 한다. 햇볕정책에만 집착해 북한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국민적 동의의 폭을 넓히지 못했고 오히려 남남갈등만 조장했다. 남북한 관계를 정권적 차원에서만 다루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6·15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은 한반도문제에 관한 한 남북한이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자는 것이다. 북한은 민족문제를 해결한다는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나와야 하며, 우리 역시 정권차원의 근시안적 대북(對北) 접근태도는 버려야 한다. 한마디로 남과 북은 하루빨리 대화를 재개해 비록 더디게라도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6·15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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