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남북 연합예배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51분


주중 스페인대사관을 거쳐 지난달 18일 서울에 도착한 탈북자 25명 가운데 한 사람이 아주 특별한 말을 했다. “남한에 무사히 오게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기독교 신자들은 이 말에 귀가 번쩍 뜨였을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신앙을 간직하고 있는 동포들이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아닌가. 탈북자 가운데 몇 명은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중국 땅에서 어렵게 지낼 때 서울에 있는 한 교회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계속했다는 사연도 나중에 알려졌다.

▷북한의 종교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우리 종교인들의 노력은 뿌리가 깊다. 북한도 밖을 향해서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종교인의 만남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시작된 남북한 개신교지도자회의는 양측 종교교류사에 큰 획을 그었다. 남북한 대표들은 이후 95년까지 3차례 더 만나 광복 50주년인 95년을 통일 희년(禧年)으로 선포하고 공동기도문을 작성해 양쪽 교회에서 같은 날 함께 낭독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이를 계기로 남북 종교계는 일본 미국 캐나다 등에서 활발한 접촉을 갖기 시작했다.

▷한민족복지재단의 주선으로 기독교인 337명이 곧 북한에 들어가 남북 연합예배를 갖는 것도 남북 종교교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 남북 양측 교인 600여명이 연합예배를 갖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라니 얼마나 감격적일까. 예배 장소인 평양 봉수교회는 광복 이후 처음으로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세워진 교회다. 조선기독교연맹 서기장으로서 글리온회의에도 나왔던 고기준 목사가 이 교회 담임을 지냈다. 그가 94년 별세하자 남한 신문들은 이례적으로 사진과 함께 부음기사를 게재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북한 종교계는 의문투성이다. 남북한 종교지도자 접촉 초기에는 북한 목사들이 술냄새를 풍기며 얼굴이 벌게진 채 나타나 우리 측 대표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또 봉수교회 교인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두 바뀌는 이상한 현상도 되풀이된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탈출했다가 기독교인이 된 탈북자들이 북한에 다시 들어가 몰래 신앙생활을 하는 ‘지하교회’가 늘어나자 북한 당국이 대대적 색출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야만 30배, 60배의 결실을 거둔다는 각오로 교류를 계속하고 있는 우리 측 종교인들의 노력이 풍성한 수확을 거둘 날은 과연 언제일까.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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