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김용훈/´권력형 비리´ 집요한 추적 돋보여…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42분


대부분의 시민들은 한국팀의 선전을 기뻐했다. 5월27일자 동아일보는 A1면에서 전날 있었던 축구 대표팀 평가전의 아쉬운 패배를 보도하면서 이와 같이 전했다. 실제로 이날은 모두들 승부보다는 경기 내용을 얘기했다. 얼마 전만 해도 우리에게 축구는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일종의 전투였다. 그러나 이제는 승패를 떠나 보고 즐기는 놀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대단한 변화다. 어제 개막한 월드컵의 순기능을 국제관계나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우리 국민 사이에 싹트고 있다는 정서적 발전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수확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16강의 해법을 기본적인 체력과 조직력, 그리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찾았다고 한다(5월30일자 B3면). 히딩크식 해법이 축구 대표팀은 물론이고 축구 팬들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도 히딩크식으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동아일보식 해법은 어떤지 들여다보자.

권력형 비리에 대한 동아일보의 문제 제기는 지난 2주간에도 단호함과 집요함을 잃지 않았다. 대통령 아들들처럼 스포츠맨십을 결여한 인사들에게는 히딩크식의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통해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5월 20일자(A1, 2, 3면)의 김동신 국방장관 청와대 구명 로비 기사는 의혹만 제기했을 뿐 그 결과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말았다. 오프사이드를 범한 것인가.

지방선거와 관련한 보도에서는 대선 공약만 남발하고 지방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5월 27일자 A1, 3면)이 눈에 띈다. 또한 5월 30일자부터 연재를 시작한 6·13 후보검증 인터뷰(A10면)는 후보자들에 대한 여과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 인터뷰 기사 특유의 현장성과 구체성, 그리고 구어의 감칠맛 등을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한 것은 기초 체력의 한계인 듯하다.

동아일보는 신용카드 문제에 대해서도 ‘신용카드 약인가 독인가’ 시리즈(5월 20일자 A13면) 등을 통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관련 제도만 좇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람직한 소비문화의 정착이다. 5월 25일자 횡설수설의 ‘빚 권하는 사회’(A6면)에서 돈을 적절하게 쓰는 지혜와 인내심을 먼저 가르치자고 언급한 것은 그러기에 단연 돋보였다.

21일자에는 오랜만에 IT 특집(D1∼8면)이 실렸다. A1면부터 디지털로 즐기는 월드컵이라는 지면 안내까지 붙여놓아 기대가 더욱 컸다. 그러나 알고 보니 D1면 기사 하나 외에는 월드컵과 무관했다.

20일자 B1면, 21일자 B7면, 22일자 B1면, 23일자 B3면에서는 모두 수입차 관련 기사를 다뤘다. 꼭 필요한 기사도 있었겠지만 그리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내용까지 금싸라기 같은 지면에 연일 게재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김용훈 아시아어뮤즈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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