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민노총의 ´정면돌파론´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40분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의 조합원 2만2000여명이 3일째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중 민주택시연맹은 24일부터 파업에 가세한 경우다.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은 한국노총 산하 관광노조연맹이 22일 파업 방침을 철회하고 금융노련이 23일 주5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한 뒤 각각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것과 같은 날에 진행돼 두 상급 단체의 행보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한국노총은 최근 이한동 국무총리가 최소한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무파업선언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억지춘향식’은 싫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실제 협상에서는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 실리도 얻고 협상 당사자로부터는 물론 일반 국민으로부터도 박수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민주노총은 당초 수감중인 단병호 위원장 등 구속 수배 노동자를 석방하고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 등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다가 파업 돌입을 앞두고는 사용자측이 산별 교섭에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민주노총의 앞의 주장은 정부더러 현행법을 무시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고 후자의 경우도 사업주의 입장을 무시한 막무가내식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실 노동계더러 월드컵 기간중 무조건 파업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부나 사업주의 일방적인 요구일 수도 있다. 아무리 월드컵이라도 법이 정한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드러내고 있는 고질적인 유연성 부족은 보기에 딱하다는 느낌이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위기를 맞을 때마다 투쟁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정면돌파론’은 자충수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가뭄 때 벌인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과 2월 발전노조 파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동운동이 자기의 이익에만 급급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고 전략 부재라는 말만 듣게 된다. 계속된 전략 부재는 고립을 낳게 된다.

이진기자 사회2부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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