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민이 노 후보의 말에 얼마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당의 대통령후보가 검찰에 경고를 하자면 ‘큰 목소리에 밀리는 느낌이 있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 ‘큰 목소리에 이렇게 밀렸다’고 구체적 근거를 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흔한 정치 공방(攻防)이 아닌 검찰의 독립성 문제와 직결되는 민감하고도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비록 대통령이 탈당해 원내 제2당이 됐다고는 하지만 국민이 생각하는 민주당은 여전히 집권여당이고 노 후보는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다. 그런 노 후보가 뚜렷한 근거 없이 느낌만으로 검찰에 경고 발언을 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하는 것으로 들리기보다는 검찰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공식대응은 하지 않는다지만 검찰이 보인 ‘불쾌한 반응’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3년 전 ‘옷로비 사건’ 이후 여러 ‘게이트 사건’을 거치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던 검찰의 문제는 여전히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특검에 넘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정한 선에서 그칠 것이란 의구심마저 일고 있는 시점에 ‘왜 여당에만 가혹하게 하느냐’고 한대서야 국민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 후보는 또 어제 부산에서 이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 “분열의 정당에 빌붙어… 이회창 총재에 줄서서 눈도장이나 찍고…”라고 비난했다.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후보의 말에는 어느 정도 격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