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장애인 돕기는 마음 주고받기 '당신은 내손이…'

  • 입력 2002년 5월 10일 17시 22분


당신은 내 손이 되어줄 수 있나요?/오사나이 미치코 지음 변은숙 옮김/208쪽 1만원 깊은자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내 힘으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을 부탁하면서 “이건 이랬으면 좋겠는데…”라는 말을 덧붙이기란 더더구나 어렵다. 좀 모자라더라도 청을 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그들이 겪어야 하는 마음의 불편함은? 그러나 이런 질문조차 비장애인이 갖는 편견일지 모른다.

뇌성소아마비인으로 손과 발을 사용할 수 없고 언어장애가 있는 오사나이 미치코(小山內 美智子)씨는 모든 장애인들에게 ‘케어(care)를 받는 프로’로서 당당하게 요구하라고 외친다.

“무엇을 하고 싶다고 말하세요. 이렇게 말을 뱉음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장애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몸을 가눌 수 없는 장애인이 내뱉는 넋두리나 불평이 아니다. ‘케어를 받는 사람’과 ‘케어를 하는 사람(케어복지사)’이 좀 더 능숙하게 의사소통하고, 나아가 미래에 대한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는 법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엉덩이를 좀 더 깨끗하게 닦아주세요”라고 마음껏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엉덩이라 생각하고 닦아주세요. 남의 엉덩이라 생각하면 안돼요.”

그러나 그 요구의 바탕에는 정당한 이유와 철학, 상냥함이 있어야 불평과 잔소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조언.

이와 같이 43년 동안 ‘케어 받은’ 저자의 생생한 경험은 팔 훈련, 화장실 이용, 몸가짐에서부터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케어복지사와 놀러갔을 때 돈은 누가 내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50가지 항목에 꼭꼭 눌러 담겨있다. 비장애인이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장애인 케어’와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가끔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아이와 함께 목숨을 끊는 일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저자는 부모라는 벽에 부딪쳐 자립의 길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거침없이 질책한다. ‘부모들은 앞으로 얼마나, 내가 죽으면 이 아이도 함께라는 말을 계속 반복할 것인가. 아이가 언젠가는 자립하여 능숙하게 케어사(士)를 지시할 수 있도록 튼실히 키워야 한다.’

사람이나 동물만이 케어를 받는 것이 아니다. 나무와 꽃, 풀도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과 비, 바람으로 자연이 전하는 케어를 받는다. 케어는 마음을 갈고 닦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 모두가 케어이며 서로 도와 가는 모습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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