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화'로 바뀐 경찰살상시위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17분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부산 동의대 사건’ 관련자를 민주화운동 기여자로 인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동의대 사건은 구금된 전경을 구출하기 위해 계단으로 진입하던 경찰을 향해 시위학생들이 석유와 시너를 붓고 불을 붙여 경찰 7명을 숨지게 한 끔찍한 비극이다. 13년이 지났지만 동의대에 휴교령이 내려지고 대통령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할 정도로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법부도 주동자 31명에게 징역 2년에서 무기징역에 이르는 무거운 처벌을 내려 극렬 시위에 경종을 울렸었다.

그런데도 위원회는 “방화치사상 등 유죄가 선고됐지만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며 “통상의 시위방식에 따라 화염병을 사용한 것이 인정된다”는 묘한 논리로 학생들의 ‘범죄’를 옹호했다.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중대한 범죄행위를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그렇게 호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수의 경찰을 살상한 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치켜세우고 화염병 사용을 통상적인 행위로 인정하는 것이 위원회의 잣대라면 과연 무엇이 범죄이고 무엇이 불법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폭력을 사용해 주장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과거와 현재를 가릴 것 없이 용납하지 않는 것이 민주사회의 합의가 아닌가.

우려했던 대로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시위가 민주화운동이었다면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시위진압에 나섰다 희생된 경찰관들은 매국노란 말이냐는 유족들의 분노가 사태의 심각성을 예고한다. 유족과 경찰의 분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경찰이 적극적으로 불법시위 진압에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위원회가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화운동을 가려낸다는 제한된 시각에서 일을 처리하다 저지른 실수가 분명하다. 위원회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정을 내렸으니 그만 이라고 버티면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불행이 닥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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