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건강법]신촌세브란스 정위기능 신경외과팀

  • 입력 2002년 4월 28일 17시 25분


앉아있는 사람 중 왼쪽부터 박용구 정상섭 장진우 교수
앉아있는 사람 중 왼쪽부터
박용구 정상섭 장진우 교수
손이 떨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수전증 환자 옆에서 의사가 리모컨을 누른다. 그러자 환자의 뇌 속에 장치한 기계가 작동하면서 환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스스로 물을 따라 마신다.

근육이 마비되는 ‘근긴장이상증’을 앓아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소년이 수술 뒤 의사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움직인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위(定位)기능 신경외과팀은 이런 수술을 한다.

정위기능 신경외과란 뇌의 기능 때문에 생긴 몸의 이상을, 수학의 3차원 공간 좌표 원리를 이용해 치료하는 분야다. 우선 뇌종양 파킨슨병 간질 강박장애 수전증 악성통증 등의 환자의 머리에 수치가 새겨진 ‘정위 수술용 틀’을 씌운다. 다음으로 자기공명영상(MRI)촬영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찾아낸 후 그 부위로부터 다른 부위의 x,y,z 좌표값을 알아내 필요한 부위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넣는다. 뇌를 여는 수술에 비해 정확하고 뇌 손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이 팀에는 늘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팀의 리더인 정상섭 교수는 재작년 동아일보가 연재한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에서 ‘뇌의 비혈관 질환’ 분야 최고 명의로 선정됐다. 그는 국내에 정위기능 신경외과를 뿌리내린 주인공이다.

박용구 교수는 가장 강력한 방사선인 감마선을 수술칼처럼 사용하는 ‘감마나이프’로 뇌종양과 비정상적인 혈관이 뭉치는 뇌동정맥기형을 치료하는 데 앞장서 왔다.

장진우 교수는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 중견 의사’. 파킨슨병 등의 운동장애 질환과 간질 치료의 ‘최고수’다. 정 교수와 함께 매년 ‘뉴로서저리’ 등 신경외과 분야의 유명 학술지에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런 ‘환상적인’ 팀구성 때문일까. 이 팀은 얼굴 한 쪽이 떨리는 1400명 이상의 반측성 안면경련 환자를 수술해 95%의 성공률을 기록했고 간질이나 파킨슨병, 뇌종양의 수술도 80∼9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전극을 이용한 수술법 등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고갈되면서 몸이 굳고 손이 떨리며 행동이 느려지는 만성 신경질환.

무하마드 알리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병을 앓아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대개 노인에게서 발생하나 젊은층의 환자도 증가 추세다. 아직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치료법도 없다. 그러나 뇌 속에 전극을 삽입해 이상부위를 자극하는 ‘심부 뇌 전기 자극장치’ 수술이나 이상부위를 고주파로 응고시키는 수술로, 이 병으로 온 운동장애를 상당 부분 치유할 수 있다. 장교수는 “현재 국내에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치병으로 여겼던 간질도 치료가 가능하다. 간질은 뇌가 갑작스럽게 흥분해 생기는 발작이 두 번 이상 재발되는 것. 발작만 억제하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간질 원인이 유전적인 경우는 전체의 10% 미만. 어렸을 때 뇌염 뇌막염이나 열성경련을 앓았거나 청소년기 이후에 뇌종양이나 뇌중풍 때문에 뇌가 손상돼 일어나기도 한다. 약물로 발작을 억제하는 비율이 90% 이상이고 그 외에는 뇌의 원인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며 최근에는 전극을 심는 수술도 한다.

뇌종양은 뇌에 생기는 암. 심한 두통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심한 두통의 70%는 신경성이고 30%는 머리 속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전체의 10% 정도가 뇌종양이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일부는 유전에 의한다. 감마나이프로 뇌종양을 수술하면 전신마취가 필요없고 뇌를 절개하지 않아 뇌수술로 인한 후유증이나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암이 조기이고 크기가 작아야 가능하다. 박용구 교수는 “조기진단이 치료의 관건”이라며 “누운 자세에서 두통이 심해지고 일어나면 괜찮은 듯하거나 구토를 동반한 두통이 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위기능 신경외과 명의들

가톨릭의대 김문찬 교수는 현재 대한뇌정위기능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매우 심한 신경성 통증에 대한 ‘뇌 운동 피질자극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또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심부 뇌 전기 자극술도 아시아 최초로 시행해 성공했다.

성균관대 의대 홍승철 교수는 난치성 간질인 비측두엽성 간질은 90% 이상, 측두엽성 간질은 95%의 완치율을 보여 세계적 수준.

경희대 의대 임영진 교수는 감마나이프 수술의 권위자로 지금까지 900건의 시술을 했다. 이는 개인 의사으로서는 최다 기록. 국내에 감마나이프 장비가 들어올 때마다 의사들 앞에 서서 강사 역할을 해 별명이 ‘의사의 의사’다.

파킨슨병 클리닉을 운영하는 고려대 의대 박정률 교수(안산병원)는 미국의 의대에서 파킨슨병 교과서로 쓰는 책을 일부 집필하기도 했다.

▼정위기능 신경외과 전국의 명의▼

이름소속전화
정상섭연세대 신촌 세브란스02-361-6200
박용구
장진우
김문찬가톨릭대 강남성모02-590-1449
임영진경희대02-958-8381
최하영전북대063-250-1875
손은익계명대 동산053-250-7894
홍승철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190
박정률고려대 안산031-412-5050
정천기서울대 02-760-3263
김성호영남대053-620-3120
이언가천의대 중앙 길032-460-3300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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