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값 두배 올리기]⑤대인관계/ "친화력도 전략"

  • 입력 2002년 4월 21일 17시 45분



“영국에 가 있는 아드님은 학교생활 잘 하고 있지요?” 외국계 헤드헌팅회사 콘페리 인터내셔널의 이성훈 부사장(42)은 최근 국내 로펌의 변호사를 만나 이런 인사말부터 던졌다. ‘나에 대해 이렇게까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상대방이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신뢰감을 주고 나면 그 다음 사업적 관계는 술술 풀리기 마련.

이 부사장이 자주 만나지도 않는 사람에게 이런 인사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은 대인관계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인식과 그에 따른 독특한 습관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대화를 마치고 나면 대화내용, 상대방의 주요 관심사, 연락처, 특이한 점들을 짤막하게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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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파일에 이름별로 정리가 돼 있어 만날 때마다 그 사람에 대한 크고 작은 정보가 차곡차곡 쌓인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날 때 파일을 한번 열어보고 나간다. 상대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할 수 있어 때로는 감동이나 감탄으로까지 이어진다.

이 부사장은 “하루에 30명 정도를 만나거나 전화를 하는데 이런 짤막한 메모를 하는 데 10분도 채 안 걸린다”며 “조그만 노력들이 쌓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 광고9팀의 강진기 수석국장(43)의 별명은 ‘민원 해결사’. 강 국장의 수첩에 적혀 있고 언제라도 연락이 가능한 사람은 각계의 1000여명에 달한다.

강 국장은 주변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다. 그는 “단순히 상가(喪家)나 결혼식에 자주 가는 정도로 완전히 ‘내 사람’을 만들 수 없다”며 “사람 만나기를 근본적으로 좋아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려운 입장에 처한 사람을 성심 성의껏 돕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인간관계 자체를 중시하는 것이 인맥관리 비결이다. 또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나 사람을 연결해 주는 데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주은부동산신탁 분양관리팀의 이철진 대리(38). 이 대리가 사람을 처음 만나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5초. 나이가 좀 많고 친근감이 들면 곧바로 ‘형님’, 여자는 ‘누님’, ‘이모’다.

이런 특유의 친화력과 대인관계를 통해 시공자 시행자 은행 등 각종 이해관계인들이 얽히기 마련인 복잡한 업무를 술술 풀어내 올들어서만 회사에 20억원의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지난해에는 도저히 받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불량채권 3억원도 받아내 주위 임직원들을 놀라게 했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낙하산’이라고 부르는 이 대리는 5년 전 정치권에서 주은신탁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 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곧바로 특유의 대인관계로 어려운 일들을 풀어나가 이제는 보물단지로 경영진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

모든 문제의 해결 포인트는 ‘사람’이다. 따라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대인관계는 최고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 더욱이 대인관계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헤드헌팅 회사들이 고위 임원급을 채용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필수 요소다. 여기에서 흠집이 발견되면 아무리 화려한 경력이나 업적이 있어도 고위 임원으로는 탈락이다.

이 부사장은 “외국계 기업이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더 따져 임원을 채용할 때 주변인물을 통한 평판을 체크하는 데만 2개월 이상 걸린다”며 “대인관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평소에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상대방에게 진실과 신뢰감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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