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조영주/"왜 하필 카멜레온이오?"

  • 입력 2002년 4월 5일 18시 29분


필자가 대표로 있는 KT아이컴의 서비스를 상징하는 캐릭터는 카멜레온이라는 동물이다.

앞으로 선보일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무엇으로 정할까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정했다. 만지는 것마다 금으로 변화시켰다는 신화 속의 인물 ‘미다스’와 카멜레온을 합성해 이름을 ‘미카온’으로 지었다.

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요즘 “왜 하필 변덕스러운 카멜레온이냐”는 핀잔을 많이 듣는다. 소비자에게 믿음을 줘야 하는 차세대 휴대통신 서비스 업체의 캐릭터로는 어딘지 믿음이 덜 간다는 반응이었다. 카멜레온이 주변의 색에 맞춰 수시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동물이다 보니 이런 지적에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

하지만 반론을 펴자면 이렇다. 변덕스럽거나 기회주의적인 기업을 떠올린다면 심각한 오해다. ‘변화의 상징’인 카멜레온을 캐릭터로 삼은 것은 일상 생활과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변혁의 물결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변혁은 단순히 주변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피동적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주변의 변화까지 이끌어 내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과 법인 등 경제주체들은 디지털 경제로 이행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거센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져 도태되는 상황을 맞았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미리 읽고 재빨리 대응하는 카멜레온 같은 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셈이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굴지의 업체들과 IMT-2000 사업권을 놓고 경쟁하던 때였다. 당시에는 누가 사업권을 따내느냐는 것 못지않게 사업 후보들이 유럽(비동기)식과 미국(동기)식 중 어떤 방식으로 신청서를 낼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두 가지 방식에 대한 우열 논쟁이 이어졌고 모기업(KT)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기존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인프라 활용에는 동기식이 유리했지만 시장 크기나 발전 전망을 보면 비동기식이 나았다.

비동기식을 선택해 변화를 모색하느냐, 동기식을 선택해 기존의 기술 및 시장에 안주하느냐. 갈림길에서 내린 선택은 바로 변화하는 쪽이었다. 최고경영진을 설득해 비동기식으로 사업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사업권이 확정될 때까지 전 직원이 겪은 심적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정보화 혁명으로 시작된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전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정보의 양(量), 질(質), 속도의 향상을 불러와 생산성의 향상이나 소비자의 영향력 증대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자신도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자신과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가면서도,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표류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TV드라마 ‘상도’ 속의 임상옥처럼 위기의 순간에 열어 볼 스님의 편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변증법의 원리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영주 KT아이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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