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창민/´암과의 전쟁´ 나설 때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11분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을 보면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암이 국민 사망원인 중 1위가 된 것은 1983년의 일이다.

암은 속수무책의 병인가. 세계보건기구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현재의 의학으로 완치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나머지 3분의 1은 암 연구를 통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한 3분의 2도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 사회, 국가가 철저한 대비책을 세울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미국의 경우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그 후 국립암연구소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암 예방 노력과 연구사업을 수행해온 결과 1993년부터 암 발생률 및 사망률이 매년 1.1%씩 줄고 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례다.

암과의 전쟁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암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 즉 철저한 금연과 생활 습관의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흡연은 폐암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후두암 췌장암 방광암 자궁경부암 위암 등 많은 다른 암의 발생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식생활 개선 역시 암 예방에 중요하다. 요즈음 우리 국민의 식단을 보면 지방질이 지나치게 많다.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대폭 늘려야 한다. 태우거나 그을린 음식, 짠 음식 등은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피해야 한다. 또한 하루 30분 정도의 운동을 주 5회 이상 열심히 하면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암과의 전쟁에서 두 번째 핵심은 조기 발견을 위한 검진 노력이다.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우리 국민에게 많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암이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되면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암 연구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이다. 우리의 경쟁국들에서는 21세기의 화두가 되고 있는 생명과학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암 연구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의 암 연구는 암 전문인력의 부족, 암 연구비의 상대적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경쟁국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도 국가예산의 0.2%인 연간 2000억원 정도는 암 연구에 투입해야 한다.

국립암센터는 개원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국민의 많은 관심 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국립암센터의 설립 목적대로 우리 국민의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암 연구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립암센터에서는 국민 스스로가 암 퇴치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암 퇴치 백만인 클럽’(전화 1588-8110)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의 추세대로 가면 향후 5년간 우리 국민 31만여 명이 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암과의 본격적인 전쟁에 온 국민, 사회와 정부가 보다 높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나서야 할 때다.

김창민 국립암센터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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