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꿈꾸는 삶에 포기는 없다 '시련은 곧 희망입니다'

  • 입력 2002년 3월 15일 17시 23분


뇌졸증을 딛고 희망을 찾은 커크 더글러스
뇌졸증을 딛고 희망을 찾은 커크 더글러스
◇ 시련은 곧 희망입니다/커크 더글러스 지음 김정미 옮김/206쪽 8000원 인북스

◇ 이젠 들을 수 있어요 / 그렘 클라크 지음 서계순 옮김 /324쪽 1만원 사이언스북스

“아빠가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낙마사고로 전신마비에 빠지게 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 사고 후 처음 맞은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세 살 짜리 윌이 그에게 건넨 말은 ‘감사’였다. 리브는 훗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가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감사했다.”

고난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자라난 희망일수록 더욱 소중한 법. 육체의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두 권의 휴먼 스토리는 행복의 총량을 ‘조건’에 따라 점수매기려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배우 커크 더글러스(85). ‘시련은 곧 희망입니다(원제 My Stroke of Luck)’에서 뇌졸중에 맞서 싸우며 새롭게 깨달은 삶의 의미와 가족의 가치, 사랑의 소중함을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인공 심장박동기에 의지해 살면서 헬기 사고로 두 번이나 척수수술을 받은 그에게 신은 뇌졸중이라는 새 형벌을 주었다. ‘포기하지 말라’는 그의 평범한 교훈이 유달리 큰 울림을 주는 까닭이다.

뇌졸중에 걸린 뒤 어느 날, 비칠비칠 걸어가 욕실 거울 앞에 선 그는 구렛나룻과 턱에서 삐죽삐죽 비어져 나온 흰 수염으로 덥수룩한 얼굴, 마비되어 축 늘어진 오른쪽 입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침을 보았다. 비참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모습에 권총 자살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슬픔과 두려움을 구원해줄 해결책이라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 책은 같은 어려움을 겪는 뇌졸중 환자들에게 어떻게 이 병을 극복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자상한 안내역도 해준다. 그에게 등대가 되어줬던, 장애를 넘어 다른 이들을 돕는 여러 연예계 친구들, 변치않는 애정으로 언제나 곁을 지켜준 아내 앤의 이야기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청각 장애인에게 소리의 세계를 열어준 그렘 클라크

‘이젠 들을 수 있어요(원제 Sounds from Silence)’는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이들에게 소리의 세계를 열어준 인공 내이 개발자 그렘 클라크(66)의 자서전. 그는 현재 호주 멜버른대 이비인후과 교수이자 호주 전자 귀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각 또각 또각.’ 책은 세살짜리 꼬마 여자아이 시안이 하이힐의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세살이 되어서야 처음 듣는 새소리, 전화벨소리, 물소리, 다른 아이들 노는 소리.

청각 장애로 고통받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저자는 청각 장애인의 닫힌 귀와 입을 열어주고픈 꿈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 시드니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에서 외과의사 및 이비인후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귀국해 동료와 코 성형수술 및 알레르기 치료 전문 병원을 열었으나 어린시절 꿈을 좇아 대학으로 돌아갔다. 클라크는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청각 장애인의 와우에 다전극을 이식하면 단순하게 소리를 듣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의 음성을 이해하고 의사소통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청각 장애 치료의 역사를 바꾼 인공 내이와 와우 이식 개발 과정, 그리고 이를 개발한 사람들의 열정과 와우 이식으로 혜택을 받은 청각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청각 장애와 전자 귀에 ‘학문적’인 관심이 있다면 전자 귀의 원리와 용어 등을 다루고 있는 부록에서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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