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집값 폭등-투기 막기 극약처방

  • 입력 2002년 3월 6일 00시 38분


정부가 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집값 폭등세를 잡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 조건을 대폭 강화하고 주상(住商)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선착순 분양을 금지시킨 것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 대책으로 주택가격 급등세는 일단 한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등 부작용도 적잖을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 가수요 잡지만 부동산 시장은 위축될 듯〓정부는 주택건설촉진법을 개정, 이르면 6월경 서울지역에서 중도금을 2회 이상 낸 아파트에 대해서만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아파트 분양을 받은 뒤 계약만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 이로 인해 프리미엄을 노리고 ‘묻지마 청약’을 하는 가수요자가 급증했고 청약시장이나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 실제로 5일 실시된 서울지역 2차 동시분양에서는 1307 대 1이라는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분양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분양권 전매 대상 아파트의 조건이 강화되면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을 2차례 이상 내야 하므로 최소한 착공 후 1년이 지난 아파트만 전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집값의 40%가량을 낼 여유가 있는 사람만 청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가수요층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은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서민의 내집 마련 숨통 트일 듯〓외환 위기 이후 폐지됐던 무주택자 우선 공급 제도가 4년여 만에 부활된다.

정부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를 신규 분양할 경우 전체 물량의 절반을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투기 세력이 취급할 수 있는 아파트 물량을 최소화시켜 무주택 서민의 피해를 가능한 한 줄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만큼 지금까지보다는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이 실현되기가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그동안 건설업체가 임의로 분양했던 주상복합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공급방식이 공개 추첨 방식으로 단일화된다. 이에 따라 ‘떴다방’ 등 투기 세력이 여러 채를 한꺼번에 분양받고 호가를 올리고 프리미엄을 올리는 가격 조작이 어려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약효’에 한계는 있을 듯〓서울 전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한 이번 대책으로 주택가격상승은 당분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값 폭등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더라도 그동안 시장 자율화 원칙을 내세웠던 정부가 다시 본격적인 개입에 나섬으로써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즉 정부가 각종 외생변수에 따라 한순간에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속설’이 확인됨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을 불신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이 일시적으로는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약효’가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다. 분양권 전매 대상 아파트를 제한했다고는 하지만 집값의 40%만 있으면 막대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인기 지역 아파트에 대한 전매 수요는 여전할 것이기 때문.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대한 선착순 분양 금지 정책의 효과도 한계를 갖고 있다. 공개 추첨 방식을 택하더라도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에게만 분양 자격을 주는 동시 분양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라도 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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