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X사업, 특혜의혹 있어선 안 된다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04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이 기종을 선정하는 막바지 시점에 ‘잡음’에 휩싸인 것은 이 사업의 공정한 추진과 관련해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방부가 지난달 15일 미국 업체에 유리한 평가기준을 제시한 공문을 국방연구원(KIDA) 등 산하 기관에 내려보낸 것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것이다.

국방부 측에선 문제의 평가기준은 작년 11월 공청회 때에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고 해명하지만, 이 사업에 응찰한 해외업체 및 관계자들이 극도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최종 시점에 이런 공문을 내보낸 것부터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었다. 공문을 낸 시점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이었다는 점 또한 그런 의혹을 부채질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미국과 프랑스, 유럽 4개국 컨소시엄 및 러시아의 4개 업체가 수주전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해온 FX 사업은 4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엄청난 사업 규모로 오래 전부터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어왔다. 이런 사업이 내달 중순 최종 기종 선정을 앞두고 잡음에 휩쓸리게 되면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뢰도 자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심할 경우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 및 국가와의 외교마찰까지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이 사업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국내외 관계자들에게 주지시키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는 특히 이 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미국 압력설’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FX사업의 미국 측 경쟁기종인 F15의 엔진이 얼마 전 추락사고를 낸 우리 공군의 주력기 F16K의 엔진과 같은 회사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정부가 ‘정치적 고려’ 때문에 미국 측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거나 굴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FX와 같은 대규모 국제입찰 사업은 잘 쓰면 국익에 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약이 되기 쉽다. 어느 쪽이 되게 하느냐는 정부가 하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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