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과학자도 부자" 유인책 필요하다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13분


우수한 과학자들에세 파격적인 보상과 대우가 절실
우수한 과학자들에세 파격적인 보상과 대우가 절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박경배 박사는 요즘 가까운 연구원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고 있다.

그가 개발한 간암치료제 ‘밀리칸주’가 지난해 국내 3번째 신약으로 판매에 들어가면서 적잖은 수입을 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4년동안 매년 1억원씩 받으며, 신약 매출액의 2%도 함께 받는다. 절반은 연구소에 줘야 하고 함께 고생한 팀원들의 몫도 챙겨야 하지만, 신약이 히트만 치면 박 박사는 돈방석에 오르는 과학자가 된다.

‘부자 과학자’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중 하나는 과학기술자가 변호사, 의사, 연예인 등 이른바 ‘잘 나가는’ 직업보다 수입이 적고 장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들이 최근 부자 과학자를 만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극히 일부 과학자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파이가 적어 동료들과 나누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다. 서울대 국 양 교수(물리학부)는 “청소년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구성과를 내며 돈도 많이 버는 ‘스타 과학자’가 나와 모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출연 연구소는 현재 특허 수입료의 40∼50%를 해당 과학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해 특허 수입료중 6억2500만원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3억7800만원을 연구원들에게 줬다. KIST의 박완철 박사는 기술 수입료로 몇 년동안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전자가 지난해 CD RW 개발팀에 4억3000만원, 디지털TV 개발팀에 1억8000만원의 성과급을 각각 지급하고, 삼성에서는 1억원의 보너스를 받는 연구원이 나오는 등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원들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부자 과학자는 아직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잘 나가는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에서 성과급 제도는 대개 형식적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 성과급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는 생색내듯 많이 주다가 금방 사그라들곤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조차 증권사 펀드 매니저가 혼자서 수억 원의 성과급이나 연봉 등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여럿이서 같이 성과급을 나눠야 하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보상 체계는 아직 보잘 것 없다.

정부출연 연구소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지난해 연구원들에게 기술수입료로 나눠준 돈은 3500만원에 불과하다. 특허와 관련이 적은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부자 과학자 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출연연의 한 연구원은 “극히 일부는 성과급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외부기관에서 자신의 봉급을 따오느라 동분서주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은 “미국 노동통계청의 2000년 조사에서는 기업의 재무나 마케팅 간부보다 기술직 간부의 연봉이 평균 1만 달러 이상 더 많았다”며 “지금 당장은 이공계를 홀대하지만 미래는 반드시 어려운 길을 택한 젊은 과학도들의 것”이라며 격려했다. 손 원장의 말이 실현되려면 ‘과학자가 부자가 되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과학기술부의 이상목 종합조정과장은 “과학자들이 경제적으로 제대로 대접받도록 기업, 학교, 연구소에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보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도 파격적인 성과급 제도를 마련해 과학자들의 사기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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