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은행들 '로비창구' 모시기

  • 입력 2002년 3월 1일 17시 53분


주총 시즌을 맞아 금융감독원 간부의 은행권 진출이 잦아지면서 ‘전문성 살리기냐, 로비 창구냐’는 논쟁이 뜨겁다.

최근 이순철 금감원 부원장보는 국민은행 감사에 내정됐다. 이에 대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이 부원장보가 최근 총무국장 등을 지내 ‘최근 3년간 업무와 연관됐다면 퇴임 후 2년간 취업 못한다’는 공직자윤리법 규정을 거스르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윤리위는 그러나 이성로 금감원 상담역(국장급)이 신한은행 감사로 옮기는 것은 “업무 연관성이 있다”며 불허했다.

사실 금감원 간부가 금융기관 감사로 옮길 때 ‘억지 낙하산’ 성격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은행이 자발적으로 감독기관 출신자를 원하는 편이다.

이들은 감독원 선후배에게 쉽게 접근해 은행의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규정 이행을 감시하는 감사 자리엔 감독기관 출신이 적임이라는 측면도 있고 이들의 경륜은 은행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또 감시자 역할을 하는 감사는 외부인사가 더 적합하므로 내부인사가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한 우량 은행의 A상무는 사석에서 “금감원이 은행의 목소리에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금감원을 향한 대화채널이 필요하고, 금융사고 때 징계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선처를 부탁할 금감원 출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자체가 중징계를 당하면 은행장이 재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직자 윤리법이 업무연관성을 따지는 것도 이 같은 ‘전관예우’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직무 연관성’ 규정을 피해 나가기 위해 증권 전문가가 은행으로, 은행전문가가 보험사로 옮겨가는 편법이 동원되곤 한다. 지난해 한 신용카드사는 증권 전문가인 한 국장을 감사로 영입했고, 올해엔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현재 금감원에는 올 초 대대적 인사로 보직을 맡지 않게 된 국장급만 7명이나 있다. 3∼5월 은행 증권 보험사 주총을 앞두고 이들은 어디로 갈까.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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