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에서 논의중인 ‘대부업등록법안’에 관한 시민단체들의 주장도 자칫 ‘개혁의 역설’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20여개 시민단체들은 작년부터 사채이자를 연 40% 이하로 묶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시민단체들은 ‘연 60%를 기준으로 정하고 상황에 따라 ±30%포인트를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대부업법이 책상 서랍에서 잠자는 사이 일본 대금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으로 사채시장을 휩쓸고 있다. 결국 국회는 대부업등록법안을 다시 심의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연 40% 상한’ 주장의 근거로 한국도 저금리시대로 접어들었고 선진국의 이자상한선이 연 25∼40%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채업자들은 “사채시장에서 연 100% 금리로 거래되는 현실에서 연 40%를 이자상한선으로 정할 경우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대부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도 “현실적으로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자상한선을 설정할 경우 음지의 사채업자를 양성화하려는 입법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의 고리대 영업은 더욱 음성화하면서 서민들의 피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일본도 이런 점을 감안, 83년 대부업법을 시행하면서 초기에는 연 108%를 이자상한선으로 정한 뒤 차츰 상한선을 낮춰왔다. 현재 이자상한선은 22%선까지 내려와 일본의 점진적인 개혁조치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격언이 있다. 진정한 개혁주의자라면 끊임없이 현실 정합성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병기 경제부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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