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4시/흔들리는 부장님⑦]"다시 새출발을 준비한다"

  • 입력 2002년 2월 25일 17시 34분


SK주식회사 선박항공유팀장을 맡고 있는 장석찬 부장(47)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한강변을 달린다. 그럴 때마다 ‘역시 달리기는 중년을 위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장으로 진급한 지 4년째. 부장이 되면서 마라톤 클럽에 가입해 풀코스도 벌써 4번이나 완주했다. 사내 마라톤 동아리 회원은 45명가량. 그 가운데 부장 직급이 40%나 차지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인내력을 시험하는 마라톤의 속성이 젊은층보다는 나처럼 나이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마흔을 넘어서면서 나이를 많이 의식하게 됐고, 부장이라는 자리가 자신의 직장 생활에 사실상 ‘종점’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

“10㎞, 20㎞를 출발할 때마다 새로운 레이스의 시작이듯이 직장생활이란 것도 늘 새로운 레이스를 출발하는 나날의 연속이라는 것을 배웠죠.”

어쩌면 마라톤의 반환점을 지난 나이이지만, 인생의 ‘제2부’의 시작일 수 있다는 깨우침이다. 달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의 갈래들을 가다듬다 보면 회사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느낀다.

올봄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 3시간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장 부장은 “마라톤 기록처럼 늘 새로운 도전 과제를 내 스스로에게 부과한다면 부장이라는 자리는 종점이 아니라 스타트 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계열사에서 인사관리를 맡고 있는 김모 부장(43)은 장 부장과 달리 제2부의 인생을 회사 ‘밖’에서 찾으려고 한다. 젊은 나이에 부장으로 올라 주변에서 “잘 나간다”는 부러움을 사지만 본인의 생각은 다르다.

“이 회사에서 아무리 오래 있어봐야 앞으로 15년이지만 내가 일할 수 있는 나이는 앞으로 30년은 넘습니다. ‘직장 수명’ 대신 ‘직업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회사를 떠나 내 전문분야를 특화해볼 생각입니다.”

그는 전문 교육기관에서 1년쯤 재충전한 뒤 ‘○○사 김 부장’이 아니라 ‘인사관리 전문가 김○○’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한다. 김 부장은 “지금까지는 내가 회사나 외부로부터 뭔가를 주로 받아들였던 과정이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발산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수용자에서 발신자(發信者)로, 혹은 종점의 초입 같지만 제2의 출발선. 기업의 부장이란 그렇게 ‘끝이자 새로운 시작’의 지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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