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형남/B2B,경쟁에서 공존으로

  • 입력 2002년 2월 22일 18시 18분


21세기와 함께 화려하게 등장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는 2년을 지나는 동안 우리에게 많은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B2B는 벤처와 인터넷 사업의 호황에 힘입어 모든 비즈니스가 결국엔 지향해야 할 키워드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 침체와 닷컴 기업의 몰락, B2B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장밋빛 미래와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은 무색해졌다. 마침내 지난해 하반기에는 B2B시장의 침체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B2B시장에서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났고 많은 새로운 기술과 창조성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시험되어 왔다. 그 와중에 많은 업체들이 실패를 경험하고 문을 닫았으며 심지어 어떤 이들은 “B2B시장은 죽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업간 거래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로 구현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현재의 인프라 환경과 B2B사업 모델이 아직 성숙단계에 있지 못하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 대두되고 있을 뿐이다.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B2B시장은 나름대로 성공 사례들을 하나 둘 만들어가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B2B를 도입하는 분야도 철강, 사무재료부터 농수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고 기존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 역시 앞다퉈 B2B 기반 인프라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B2B 산업의 원년이라 일컬어지는 2002년에는 B2B업체끼리의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기술(IT) 분야 조사 전문기업인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까지 한국의 공공 B2B e마켓플레이스가 500여개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머지않아 산업별로 대표적인 B2B업체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B2B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우수한 B2B 솔루션 개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의료 B2B 회사 역시 지난해까지 병원별 내부 발주 시스템과 e마켓플레이스의 통합, 디지털 세금계산서 발행, e메일 및 단문메시지서비스(SMS)를 이용한 발주 정보 제공 등 실제 B2B 이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 성공적인 의료 B2B업체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솔루션 개발,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B2B시장의 확대다.

단순히 진보된 기술을 기반으로 투자와 시간을 쏟는다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전자, 산업 기자재, 건축자재 등 각 업종 B2B업체간 통합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B2B시장 확대로 안정적인 규모의 B2B 거래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일부 B2B업체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B2B를 이용한 구매는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보더라도 B2B시장 확대는 분야별 대표업체의 책임만이 아닌 B2B업체 전체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2002년, B2B업계는 경쟁보다는 B2B시장 규모를 늘리고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휴, 컨소시엄 구성 등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형남 케어캠프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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