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D-101]평가전서 드러난 D조 3개국 전력

  • 입력 2002년 2월 18일 17시 24분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 한국과 함께 2002월드컵 본선 D조에 속한 폴란드 포르투갈 미국은 모두 한국에 비해 한수 위라는 게 ‘정설’이다.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다.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의 날’이었던 14일 열린 평가전에서 드러난 각 국의 전력을 분석하고 한국축구의 대비책을 점검해 본다.》

▼포르투갈 완벽한 팀 아니다

포르투갈은 2002월드컵 우승후보로까지 꼽히는 강호. ‘그라운드의 마술사’ 루이스 피구를 비롯해 루이 코스타, 세르히오 콘세이상 등 호화멤버를 보유해 공수에서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은 과연 한국이 넘을 수 없는 벽인가. 14일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놓고 볼 때 한국이 지레 겁먹을 상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피구에 대한 지나친 의존〓포르투갈의 공격은 피구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정교한 킥과 넓은 시야, 높은 패스성공률을 자랑하며 안정되게 팀을 조율하는 능력은 으뜸이다.

하지만 공격이 피구에게만 너무 집중되고 수비 가담이 적다는 점은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날 평가전에서도 피구는 27개의 패스를 시도해 23개를 성공, 84%의 높은 패스성공률을 보이며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전반 후반부터 피구가 스페인의 강압수비에 막혀 부진하자 포르투갈은 경기템포를 잃고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주도권을 내줬다.

▽주전과 비주전의 현격한 수준차〓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된 시마옹 등 신예들의 활약이 미미했다. 피구와 코스타 등 슈퍼스타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만큼 포르투갈은 주전과 비주전간의 실력차가 크다.

▽한국의 대비〓포르투갈은 전술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적인 축구를 펼친다. 전반적으로 우리보다 한수 위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포르투갈이 14일 강호 스페인과의 원정경기로 평가전을 가졌기 때문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지만 이 같은 ‘허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 포르투갈의 약점을 최대한 공략할 비책을 세우고 한국 특유의 좌우 측면 돌파,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포르투갈도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바르셀로나〓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폴란드 예상보다 휠씬 강팀

폴란드를 한국의 ‘1승 제물’로 판단해선 큰코다칠 수 있다. 폴란드는 16년 만에 본선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본선에 오르면 항상 ‘돌풍’을 일으켰다. 74년, 82년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고 86년 멕시코월드컵 때도 브라질에 0-4로 대패했지만 16강까지 올랐던 유럽의 강호다.

14일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보여준 폴란드의 안정된 플레이는 2002월드컵에서 또다른 ‘돌풍’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파괴력 넘친 공격라인〓나이지리아에서 귀화한 1m80, 70㎏의 ‘흑진주’ 에마누엘 올리사데베와 파베우 크리샤워비치가 펼치는 투톱 플레이의 파괴력은 가공할 정도. 이날 올리사데베는 골을 넣지 못했지만 월드컵 예선 8경기에서 7골을 잡아낸 동유럽 최고의 골잡이. 2골을 낚아낸 크리샤워비치는 왼발의 달인. 페널티지역 안에서 수비수를 등진 채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발군이다.

중앙 미드필더 피오트르 스비에르체프스키와 라도스와프 카우주니의 볼배급력과 폭넓은 공격·수비 가담 능력도 수준급. 이 때문에 다양한 공격루트를 갖추고 있었다.

▽견고한 수비라인〓수비의 핵인 하이토와 크워스가 빠졌지만 바우도흐와 야체크 박스 등 장신의 수비수가 버틴 수비라인도 탄탄하다. 특히 수비라인에서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하는 패스도 빠르면서 정확해 볼을 빼앗은 뒤 역습에 나서는 플레이가 무척 빠르다.

▽한국의 대비〓한국에 폴란드가 포르투갈보다 더 넘기 어려운 벽일 수도 있다. 폴란드가 포르투갈에 비해 전력이 약한 게 사실이지만 그동안 우리가 폴란드를 너무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다. 폴란드의 전력을 다시 한번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회택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폴란드가 수비시 2선에서 배후로 침투하는 공격수를 쉽게 놓치고, 수비수들이 돌아서는 동작이 느렸다고 분석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美 유럽파 정예 뛰어난 기량

미국은 한국이 2002월드컵 조별리그 D조에서 가장 확실한 ‘1승 제물’로 삼고 상대. 1-0으로 승리한 지난해 서귀포 평가전과, 비록 졌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압도한 올초 북중미골드컵에서 비롯된 자신감이다.

문제는 유럽파 주전 다수가 빠진 가운데 한국과 두 차례 맞붙었던 미국과 실제 미국의 전력차. 14일 열린 미국-이탈리아 평가전에서 미국은 진면목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미국은 유럽파 정예부대 12명을 총동원한 가운데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와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0-1로 석패했다. 전반에는 오히려 경기를 리드했다.

▽공격라인〓월드컵 지역예선 기간 미국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플레이메이커 클라우디오 레이나(잉글랜드 선더랜드)의 실력이 상승세. 루이스와 존스 대신 오브라이언(네덜란드 아약스)과 스튜어트(네덜란드 NAC브레다)가 나선 좌우 날개의 위력도 골드컵 때에 비해 한층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브라이언과 윙백 레지스(프랑스 FC메츠)가 포진한 왼쪽 라인은 공수 양면에서 이탈리아를 앞섰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미드필드를 점령한 가운데 좌우 윙백까지 가세해 끊임없이 사이드 라인을 파고드는 전술이 돋보였다.

▽수비라인〓그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포백 수비 라인도 아구스의 노련한 지휘 속에 안정돼가는 모습. 특히 골드컵 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버핼터(잉글랜드 크리스털 팰리스)의 대인마크 능력과 산네(독일 뉘른베르크)의 제공력이 돋보였다.

▽한국의 대비〓이탈리아축구는 수비를 두껍게 하다 기습적인 공격으로 승리를 노리는 스타일. 미국이 전후반 압도적인 공격축구를 펼친 것도 이탈리아의 이런 축구 스타일과 무관치만은 않다. 한국으로서는 침착하게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팀 리더와 선수들의 정신력이 승리의 관건으로 꼽힌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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