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사 풀린 정권 말 공직기강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06분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 세금신고를 제때 하지 않아 국민의 혈세 30억원을 날리게 됐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원천징수 소득세에 대한 자료 제출을 3개월 이상 미뤄 거액의 가산세를 물 정도라면 공단 직원들은 눈을 감은 채 빈둥댔다는 말인가. 노동부 관리들조차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실토하는 형편이니 공단으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관할 세무서에 납부한 가산세를 산재보험기금에서 끌어다 쓴 것도 공단의 한심한 업무 수준을 드러낸 중대한 잘못이다. 산재보험기금은 재해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 기업에서 받아 적립해둔 돈이지 공단이 함부로 전용할 ‘쌈짓돈’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권 말기를 맞아 공직사회 기강이 풀어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공직사회에 나돌고 있는 유행어 ‘3고’와 ‘NIMT’도 그런 징후 가운데 하나다. 3고는 공직자들의 3가지 유형, 즉 새로운 일을 벌이지 말라며 상급자를 ‘붙잡고’, 문제를 일으킬 만한 결재서류는 ‘덮고’,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미루고’에서 나왔다고 한다. 정권 말기 보신주의로 일관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유행어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NIMT는 “제발 내 임기 안에는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not in my term)”를 되뇌는 기관장들의 소극적 자세를 가리킨다.

근로복지공단의 사례는 정권 말 공직사회 기강 해이가 실제로 심각한 상황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공단은 담당부서 관계자 4명을 직위해제하는 선에서 문책을 마무리하고 쉬쉬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상급기관인 노동부가 나서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하고 필요하면 공단 책임자에 대한 문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책임의식 없이 일하다 국민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공직자들의 잘못된 근무자세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흐트러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추상같은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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