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설 이후 집값 어떻게 될까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35분



‘금리와 전세금은 집값의 선행지수.’

통상 설이 지나면 한 해 집값의 윤곽이 드러난다.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거래가 재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사철이 앞당겨진 데다 시장 안팎의 변수가 매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작년 말 이후 급등세를 보인 매매가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데다 세무조사와 선거, 입주량 감소 등 굵직한 변수가 예고되어 있다. 그만큼 집값을 가늠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작년 이후 부동산시장을 관통해 온 저금리 기조와 전세난의 향배를 지켜보며 올해 내집 마련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원칙은 없다’〓2000년과 2001년에는 설을 고비로 집값 상승률이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추이는 비슷해도 원인은 달랐다.

2000년은 외환위기 때 하락했던 집값이 기술적으로 반등하는 시기였다.

이를 반영해 설 이후 집값 상승률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매주 0.2%대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2001년 초는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지연된 데다 경기가 회복이냐 장기침체냐의 갈림길에 서 있던 시기였다. 따라서 집값 상승률도 낮았다. 1월 한때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이후 집값은 보합세에 머물다 3월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 김혜연 과장은 “집값이 시기에 따라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기보다는 경기 등 안팎의 상황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만큼 원칙을 따지기 전에 시장여건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상승랠리냐 안정세냐〓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작년과 같은 폭등세가 재현될지, 안정세로 돌아설지 여부이다.

가장 큰 요인은 금리. 작년의 저금리 기조는 부동산 시장을 견인한 핵심동력이었다. 최근에는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데다 주택대출도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하반기 집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7일 부동산 시장이 과열조짐을 보이면 통화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우증권도 하반기부터 금리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춘수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은 “금리가 오르면 주택대출금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시중자금이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고 주택에서 얻는 시세차익은 여전하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 집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미 작년 말 한차례 금리가 올랐지만 주택시장이 탄탄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99년 이후 매년 반복되는 전세난도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올해는 짝수해인만큼 전세난이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세금을 감당 못한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설 경우 집값은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에 반해 작년 이후 대폭 늘어난 다가구·다세대주택이 전세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데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큰 폭의 추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분기 주택구입 심리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집값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최근 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대부분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회복과 관련해서는 소득증가에 따른 주택 투자심리 호전이라는 견해와 부동산보다는 주식시장으로 돈이 유입될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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