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고영회/변리사 시험 불공정 심각하다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26분


지금 변리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혼란스럽다. 이미 2년 전에 개정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한 시험제도에 따라 시험준비를 해왔고 시험공고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정부가 느닷없이 시험제도를 다시 바꾸겠다며 최근 변리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1차 시험의 합격기준은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로 하되 특허청장이 미리 최소 합격인원을 공고한 경우에는 일정배수 범위 안에서 고득점 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서 일정 인원에 대해서만 상대평가제로 바꾸려는 의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개정하려는 현행 시행령이 확정된 과정을 상기해 보면 그 문제점이 명확해진다. 현행 변리사 시험제도는 2000년 4월 입법 예고되었다.

그 내용은 ‘1차 시험은 상대평가, 2차 시험은 절대평가로 한다. 1차 시험 과목 수는 늘리고, 2차 시험 과목 수는 6과목에서 4과목으로 줄인다’는 것이었다. 변리사 시험 응시자는 일반 수험생과 특허청 경력자로 나뉜다. 특허청 공무원은 변리사법에 의해 1차 시험은 모든 과목을, 2차 시험은 절반의 과목을 각각 면제받는다. 이에 대해 당시 수험생들은 “수험생에게 일방적으로 불공정한 제도” “특허청 공무원들에게 특혜를 주는 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래서 수험생과 특허청 사이에 감정이 격화되기도 했다.

1차 시험을 상대평가로 하면 1차 시험 합격자수가 정해져 있어 절대평가에 비해 시험준비에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더구나 과목 수가 늘어나므로 수험생에게 일방적인 부담이 된다.

그리고 절대평가인 2차 시험에서 수험생은 4과목의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특허청 출신 공무원은 겨우 2과목만 치르면서 동일한 잣대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았다.

특허청은 그때 1차 시험을 절대평가로 유지할 경우 시험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상대평가제를 고집하다가 수험생의 반발이 거세어지자 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로 바꿔 현행 제도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특허청은 이번에 현행제도는 오히려 수험생에게 불리한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또다시 개정하려 하고 있다.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닌데 1차 시험을 또다시 상대평가제로 돌려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2000년 개정 당시에도 시험과목의 조정, 변리사 자격심의위원회의 구성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현재에도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수험생만 치르는 1차 시험을 상대평가제로 바꾸려고만 한다. 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더구나 현행 제도는 시행에 2년간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올해가 제도 시행의 첫해이다.

한번도 시행해 보지 않은 채 이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정부의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변리사 시험제도가 특정집단을 위해 이리 저리 짜깁기돼서는 안 될 것이다.

고영회 변리사·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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