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위 공직자가 명심할 일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15분


8개월 검찰총장을 지낸 신승남(愼承男)씨가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 연루된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에 대한 수사를 잘못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더니 이번에는 여동생이 감세 청탁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신 전 총장의 형제가 저지른 브로커 행각을 살펴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신씨는 이용호씨 회사에 출근 안 하는 ‘명함’ 사장으로 취직해 6600여만원을 받고 검찰 간부들을 만나 전별금을 주었다. 신씨가 보유한 검사 명단에는 이 게이트와 관련된 정황이 있는 검사가 여러 명 들어 있다는 것이 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구속영장에 따르면 신씨는 금융감독원 자산관리공사 은행 간부들을 만나 이 게이트와 관련한 청탁을 하고 돌아다녔다. 누나가 사채업자의 돈 3억원을 받고 이 중 1억원을 건네주자 국세청장을 찾아가 부탁했다. 검찰총장의 형제자매가 검찰 국세청 금감원 은행 등을 이렇게 휘젓고 돌아다니며 권세를 부리고 청탁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검에도 총장의 친인척을 관리하는 부서를 두어야 할 판이다.

신 전 총장은 신씨에 대한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가 진행 중일 때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에 어떻게 동생 문제까지 책임지느냐”고 말했다. 지금에 와서도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가 있겠느냐고 묻고 싶다. 권한이 막중한 고위 공직자는 스스로 몸가짐을 바르게 가져야 함은 물론 일가권속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자식이나 동생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지만 그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의 잘못을 저질렀을 때 관리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공직의 세계다.

친인척 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검찰총장이라는 출세의 자리가 한순간에 집안의 불행으로 바뀌었다. 불명예 사퇴를 하고 특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된 신 전 총장에게 일견 가혹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른 고위 공직자들이 교훈으로 삼으라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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