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쟁 분위기' 라니…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02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5일 신임 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7000만 민족을 전쟁의 위협 앞에 놓이게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전쟁 분위기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치 않다.

아무리 원론적인 얘기라도 그렇게 말할 때가 아니다. 최근 북-미관계의 악화로 한반도 주변에는 얼마간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정세가 전쟁을 떠올릴 만큼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지는 않다. 정부는 비록 그런 위기감이 있더라도 내부적인 동요가 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중에는 별다른 불안심리가 나타나지도 않고 있는 마당에 전쟁 상황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헷갈리게 할 뿐이다.

객관적인 상황도 전쟁을 거론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미국의 대북정책 기본은 대화임에 틀림없다.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이나 임성준(任晟準)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이날 “미국쪽 발언의 핵심은 북한과의 대화”라며 “현재의 국면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국면이지 전쟁이나 다른 방법을 통한 긴장 고조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만이 각종 매체를 통해 미국이 전쟁을 도발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통령이 전쟁 상황 운운한 것은 햇볕정책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햇볕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 때문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틀림없다. 햇볕정책이 아니면 한반도가 전쟁의 위험에 빠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앞으로도 햇볕정책만이 유일한 평화의 대안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구나 한미 양국 외교 실무진은 1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서울 방문을 앞두고 햇볕정책에 대한 의견 조율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 햇볕정책만 강조하고 전쟁 상황을 거론했다면 아무리 가상적인 언급이라 해도 불필요한 얘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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