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공조위기 누가 책임지나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37분


‘햇볕정책’에 대한 회의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미국 주요 각료들의 잇단 발언은 예사롭지가 않다. “한국 정부는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이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도록 수년간 노력해 오고 있으나 북한은 국민을 굶주리게 하면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해 세계에 팔고 있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말이나 “한국이 꾸준히 햇볕정책을 추구해 왔는데 기대만큼 북한으로부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은 표현은 완곡하지만 햇볕정책의 ‘그늘’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로 촉발된 한미간 불협화음이 드디어 햇볕정책에 대한 냉혹한 평가단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자랑하던 탄탄한 한미 공조는 어디로 가고 주요 맹방인 미국이 현 정부의 대표적 정책을 비판하게 되었는가. 대미외교의 위기이자 대북정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위기는 정부가 자초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부터 북한에 대한 사찰과 검증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햇볕정책에 매달리느라 미국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았고 북한에 대해 미국이 강경하게 나올 때마다 미봉(彌縫)하기에 급급했다. 한미간의 현격한 시각차는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책이 잘못되면 누가 정책 집행자가 되든 고치기 어렵다. 햇볕정책의 입안자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스스로 왜 이런 위기가 초래됐는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통일부장관과 외교통상부장관을 경질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대남(對南) 공격용이 아니라는 통일부장관의 상식 밖의 발언도 무조건 햇볕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햇볕정책의 위기를 수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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