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들 '눈치전쟁'…인상폭 탐색 치열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48분


‘담배회사는 눈치전쟁 중.’

국내외 담배회사들이 2월 가격 인상을 앞두고 전례 없이 치열한 눈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2월 1일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배(수입담배 포함)에 건강증진기금(일명 담배부담금) 150원이 부과됨에 따라 값을 올릴 수밖에 없지만 얼마를 올려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담배부담금 인상으로 발생한 가격상승 요인은 과거 갑당 2원이던 담배부담금이 오르면서 발생한 148원 외에도 엽연초생산안정화기금 10원, 부가가치세 상승분 17.55원, 소매인 마진 상승분 17.55원 등 모두 193.1원.

담배회사는 가격 인상시 6일 전까지 정부에 신고를 해야한다. 따라서 마감시한은 25일. 하지만 마감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현재까지 어떤 담배 회사도 가격 조정 내용을 알려오지 않고 있다.

담배회사들이 가격상승 요인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막판 눈치작전’을 펴고 있는 것은 담배제조업 독점이 해소된 데다 최근의 금연열풍 등으로 그만큼 경쟁이 격심해졌기 때문.

‘디스’ ‘타임’ 등 24종의 담배를 판매 중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담뱃값 결정이 신고제로 전환된 뒤 처음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데다 인상폭이 커 종류별로 가격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일드세븐’ 등 14종의 담배를 판매하는 JT의 한 관계자는 “필립모리스, BAT 등 경쟁사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데 전혀 인상폭을 짐작할 수 없어 고민”이라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주력제품과 비주력제품의 인상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원을 인상하는 대신 100원만 인상하는 제품, 300원을 인상하는 제품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외국담배회사 관계자는 “2월 1일부터 담배부담금이 오른다 해도 타사의 가격 인상폭을 보고 나서 결정하는 회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연열풍이 확산되면서 1월 초 담배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느 해나 1월 담배소비량은 줄어들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5일간 판매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 감소, 지난해 6.6% 감소했던 것보다 훨씬 감소폭이 크다”면서 “담배소비 감소 경향이 일시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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