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아파트값 안정책 실효성있나

  • 입력 2002년 1월 8일 18시 28분


강남 일대를 진원지로 한 아파트 값 급등을 막기 위해 세무조사와 함께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졸속이며 정곡을 벗어난 미봉책에 불과하다. 아파트 가격의 급등이 어제오늘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닌데도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이를 짐짓 외면해 오다 효과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대책을 성급하게 발표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대책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될지도 의문이고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결과가 되기 쉽다.

아파트 값 급등은 저금리로 갈 곳이 없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 투자와 유명 학원 부근의 강남학군 선호현상이 겹쳐 빚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신규 분양 아파트와 강북, 수도권 지역까지 값이 뛰어 심상치 않은 투자열기가 일고 있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데는 정부가 스스로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자업자득(自業自得)한 측면이 있다. 현 경제팀은 장기 불황을 타개하고자 지난해부터 분양권 전매의 허용, 양도소득세 인하 등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폈으나 시장원리를 무시한 조치가 지나쳐 이미 우려한 대로 부동산 가격 상승이란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정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세무조사와 아파트 공급 확대라는 단골 메뉴를 들고 나왔으나 근본원인인 저금리나 재건축 아파트 투자, 강남학군 선호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세무조사로는 단기적인 진정 효과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투기를 막기는 어렵다. 지난달 국세청이 발표한 분양권 전매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 이후 오히려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올랐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260만평의 택지를 공급해 하남 성남 의왕 군포 의정부 등 11개 지역에 1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것도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하고 가뜩이나 비수기에 오르고 있는 건설자재와 노임을 올려 아파트 분양 가격만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아파트 값을 당장 끌어내리는 충격요법보다는 매력있는 금융상품의 꾸준한 개발유도와 금리정책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아파트로 몰리는 돈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아파트 값 상승을 차단하고 투기심리를 잠재우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비록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교육부와 협의해 평준화 학군 등 교육제도의 개선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진념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조심스럽지 못하다. 학군제의 변경은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백년대계인 교육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이다. 가수요의 원인으로 꼽히는 강남 학군 선호 현상에 대해선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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