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현대차 이래도 됩니까"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57분


“지금이 어느 때인데, 저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살려달라는 애원(대우자동차)은 그래도 이해되는 구석이 있지만 ‘더 달라’는 주장(현대자동차)은 아무래도….”

현대자동차의 노사분쟁이 해결의 문턱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누가 뭐래도

자동차산업은 올해 한국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깃발을 펄럭인 것도 승용차 외에는 별로 없다.

그런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지금 곤경에 빠져 있다. 잘 나가던 현대차는 이익금 배분을 놓고 노사(勞使)분쟁에다 노노(勞勞)갈등까지 불거져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 회사의 올해 이익금 가운데 30%를 나눠 달라는 노조측 주장에 회사측은 “터무니없다”라는 당초 방침을 접고 상당부분 이를 수용했다. 임금 인상에다 성과금 150%, 별도 성과금 150%를 포함한 제도통합 비용, 타결 일시금, 품질향상 격려금 등 여러 이름의 ‘선물’을 지급키로 했으나 20일 노조원들의 찬반 투표에서 부결돼 재협상을 하기에 이른 것.

사태가 이렇게 번지면서 파업이 계속되자 경제계 인사들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경총의 조남홍(趙南弘) 부회장은 “현대차가 노조에 합의해 준 성과금 규모는 지금의 ‘사회적 기대’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그렇다 해서 미래가 언제까지나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 업계의 원로급 인사는 “차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환율이 계속 불안해지면 현대차의 미국 공장 설립도 어려워진다는 것을 노사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살려 달라’는 애원조차 매각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을 받아야 하는 대우차와 1개월이 넘는 장기파업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차, 격심한 국제 경쟁에 내몰려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의 현 주소이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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