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 에세이]정순영/낯선 전자화폐 공부하며 홍보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8시 41분


“전자화폐가 뭡니까? 그거 갖고 뭐하는 거죠?”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낯설은 ‘전자화폐’ 업무를 하다보니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참 새로운 시장에 발을 들여놨구나’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패션 유통회사 홍보팀에서 꿰었고 이후 영화 홍보대행사를 거쳐 방송사 가요프로그램 홍보를 하기까지 대중적인 트랜드를 쫓는데는 남달리 앞장섰다고 자임해왔다. 그래서 벤처붐이 한창이던 2년전 성장형 기업에 몸담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막상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보니 패션 영화 스타 등 대중에게 친근한 문화적 키워드들과 전자화폐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처음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에 자극받아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이제까지의 사고틀을 완전히 깨버리고 새 틀을 짜지 않으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없다’는 점을 이내 깨닫게 되었다.

마그네틱 띠가 있는 신용카드는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 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IC(고집적 회로)칩 카드형 전자화폐가 개발되었다는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지불수단이 변화한다는 큰 흐름에 이르기까지 파악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았다.

게다가 사람들은 새롭게 등장한 전자화폐란 지불수단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나의 본업인 홍보를 하는데도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분명 세상은 아날로그 상태에서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고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돈쓰는 방법’도 그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변화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해가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은 이제까지 ‘대외 홍보’라는 부분에만 국한됐던 업무 태도의 변화까지 불러왔다.

제품의 성격과 제품이 시장에서 갖는 위치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평소의 내 사고 영역을 뛰어넘는 내용들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확고히 머릿속에 자리잡히기 전까지는 섣불리 바깥에 나가 알리는 행위(홍보)를 하지 않았다.

베니스의 상인 그라티아노는 ‘지금까지 이루어낸 모든 것들은, 안주하는 즐거움이 아닌 도전하는 정신이 이루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적잖이 했다고 자부하면서도 지금 직장에 와서야 그라티아노의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알게됐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정순영 (트래블러스카드인터내셔널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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