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다가구주택 '뜨내기 시공사' 조심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31분


다세대 다가구 주택 부실공사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콘크리트가 채 마르기 전에 위층 공사를 벌이는가 하면 싸구려 자재를 이용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허가받은 설계와 달리 가구수를 늘린 불법 건물도 급증하는 추세다.

더구나 겨울철까지 다세대 신축 붐이 이어져 대형 사고도 우려된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지으려는 투자자는 시공업자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불법 건물에 입주해 세입자가 전세금을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싸구려 자재, 짧은 공사기간이 부실 양산〓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2동 J빌라 권영아씨(30)는 10월26일 오전 무너지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랐다. 주방 찬장이 내려 앉아 주방이 엉망이 됐다. 권씨와 동생은 다리에 유리가 박혀 깁스를 해야 했다. 막 완공된 새 집에 입주한 지 20일 만이다. 입주하자마자 샤워기와 세면대는 물이 새고 싱크대 꼭지도 고장나 있던 참이었다. 주방 조명을 켤 때면 합선이 돼 전기가 끊기기 일쑤였다.

권씨 사례가 드문 일은 아니다. 이 정도의 부실공사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4분기(7∼9월) 중 서울 다세대 다가구 신축허가 면적은 197만9575㎡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4배를 넘는다. 인천도 마찬가지. 2002년 건축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임대수입을 노린 신축 수요가 급증한 까닭이다.

짧은 공사기간과 싸구려 자재 사용은 가장 큰 부실 요인.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정자동 A빌라는 공사를 시작한 지 석달만인 11월 완공됐다. 연면적 200평 기준으로 5개월은 걸려야 하는 공사다. 아래층 콘크리트를 2주일 정도 말린 후 위층 공사를 해야 하지만 3일만에 공사를 하기도 한다.

부천의 주택업자 김모씨는 “다세대 건립이 너무 많아 정상 제품을 조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헐값에 빨리 구할 수 있는 싸구려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불법 건물 세입자 피해〓서울 광진구 구의동 B빌라는 한층에 50평씩 4층 건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주차면적은 건축기준인 가구당 0.7대씩 3대 규모. 그러나 한층을 25평 2가구로 만들어 8가구를 지었다. 주차공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건물은 세입자 피해로 이어진다. 건축물관리대장에는 1층에 101호만 있지만 실제 한 가구가 더 있기 때문이다. 서류에 없는 주택에 세들면 전세금을 날릴 수 있다.

옥탑에 불법으로 집을 짓는 사례도 많다. 옥탑에는 건평의 8분의 1 까지 집을 지을 수 있지만 임대수입을 늘리려고 건축 면적을 늘리는 것.

경기 성남시 분당구청 건축지도과 장흥진씨는 “행정조치를 해도 ‘뜨내기 업자’들은 막무가내로 불법 건물을 짓는다”며 “4명의 감독 인원으로는 지난해 적발한 불법 건물에 대해 행정조치하기에도 바쁘다”고 말했다.

▽뜨내기 업자 조심〓한국예건 최문섭 사장은 “연면적 200평 미만 주택은 건설업 면허가 없는 개인도 지을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며 “부실공사를 줄이려면 건설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세대를 지으려는 투자자도 뜨내기 업자에 공사를 맡겨서는 곤란하다. 불법 부실 건물을 지은 후 공사비만 받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건설업 면허가 있는 업체에 다세대 신축을 맡길 때도 공사 진행 상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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