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산기지 아파트 'NO' 라고 말하라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14분


용산기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주한미군의 계획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시급해졌다. 건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은 물론 일부에서는 미군이 영구 주둔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한미 우호관계를 크게 해칠 수도 있는 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민간단체는 점차 반대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기세다.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설은 미군 단독으로는 이룰 수 없다. 주한미군이 장교 가족용 아파트 건설 예정지로 선정한 용산기지 사우스포스트 내 연립주택 단지는 현행 도시계획법상 자연녹지지역이다. 여기에다 아파트를 건설하려면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는 미군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소관사항이다. 미군이 용산기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임대권만을 갖고 있어 건설업체와 시공계약을 하려면 땅 주인인 한국 국방부가 계약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미군측이 거쳐야 할 절차다.

결국 미군이 아파트를 지으려면 국방부 외교통상부 서울시 등의 협조가 필요한데 현 단계에서는 미군측에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용산기지는 미국이 이미 91년 한국에 반환하기로 약속한 땅이다. 미국측이 요구하고 있는 100억달러에 이르는 이전 비용 등이 걸림돌이 돼 반환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환 약속이 실현돼야 한다. 그곳에 수십년에 걸쳐 10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면 누가 미군측이 반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겠는가.

건설업체로부터 이미 사업제안서를 받은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와 구체적 협의를 시작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미군측은 5월 아파트 건설 계획을 국방부에 통보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인 건축내용을 담은 최초 계획서 양식으로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건물을 신축할 때는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미군측이 이를 회피하는 것은 아파트 건설을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까지 진전시켜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미군측은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한국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강원 춘천시의 미군기지에서는 춘천시와 협의 없이 숙소 건물 공사가 시작돼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믿기 어렵다.

아파트 건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파장이 확산되면 한미관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방부 등 관련 부처는 문제가 있는 계획을 세운 주한미군측에 재검토를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현재 상태의 아파트 건설 계획은 ‘안 된다’는 분명한 답변을 빨리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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