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상가 임대차 보호법' 태풍 온다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17분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003년 1월 1일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상가 건물의 담보 가치가 크게 줄어든다. 법원경매에서도 점포 수가 많은 상가의 낙찰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영세 상인에게 최우선 변제금을 주는 조항 때문이다.

상가 임대기간이 5년간 보장되므로 수시로 임대료를 올려왔던 건물 주인이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도 높다. 영세 상인을 보호하는 기틀을 마련했지만 일정 기간 임대료 급증에 따른 상인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셈이다.

막 출범한 리츠 업계도 건물에 투자 및 운용하는 경우 임대와 매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건물 담보가치 하락〓새 법이 시행되면 상가 건물이 법원경매에 넘어갈 때 모든 권리에 앞서 영세 상인들에게 최우선 변제금액을 주게 된다. 은행은 상가를 담보로 대출할 때 영세상인들에게 줄 변제금 만큼 담보가치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상가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한빛은행 개인고객본부 박화재 과장은 “상가 담보대출금이 20∼3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가 건물을 신축할 때도 대출받을 금액이 줄어들게 된다. 상가 건물 공급이 감소하거나 이에 따른 임대료 상승 가능성도 있다.

건물주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상가를 담보로 수십조원의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출금 회수에 나서거나 대출을 기피할 수도 있다.

▽법원 경매 낙찰가 떨어질 듯〓법원경매 낙찰가격도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소규모 점포가 많은 상가 점포는 타격이 크다. 지금까지 낙찰자는 선순위 세입자의 임대보증금만 물어줬다. 새 법 시행으로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세입자가 대폭 늘어나게 되면 그 금액 만큼 낙찰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경매로 상가를 낙찰받으려는 투자자는 최우선 변제금까지 고려해 입찰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임대료 단기 급등 우려〓새 법이 시행되면 세입자들은 안정된 영업을 할 수 있다.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도 최소한의 임대보증금을 건질 수 있고 임대기간이 법 테두리 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인이 임의로 보증금을 올리고 임대기간을 정하는 데 따른 피해가 줄어든다.

그러나 영세 상인들의 임대여건이 당장 좋아질지는 불투명하다. 자동계약 연장 기간이 5년인데다 연간 임대료 인상비율이 규제를 받게 되면 건물주가 최초 계약시 임대료를 크게 높이려 들 수 있다.

90년 주택 세입자 보호를 위해 주택임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전세금액이 폭등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2년에 15% 남짓 상가 임대료가 상승해왔다”며 “단기간 상가 임대료가 30% 이상 급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츠 업계에도 영향〓건물 위주로 자산을 운영할 리츠(부동산투자신탁)업체들은 새 법에 따라 자산 운용과 매각 등에 영향을 받게 된다. SR리츠 전용수 사장은 “운용 계획을 짜기가 힘들어지고 시장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이나 자산 매각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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