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냉탕 온탕 널뛰는 장세…전문가도 절레절레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35분


“아무도 모른다. 만약 증시의 신(神)이 있다면 그만이 아는 장세다.”

9·11 미국 테러 이후 국내 증시가 ‘널뛰기’를 계속하면서 투자자도 증권 전문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2달만에 200포인트 가까이 올랐는데도 ‘외국인 빼고는 아무도 못 먹었다’는 후회화 한탄이 나오는 것도 이런 ‘널뛰기 장세’ 영향 탓이라는 지적이다.

▽널뛰기 장세〓테러 이후 지수 400선조차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일 때 주가는 의외의 상승을 거듭해 지난달 23일 연중 최고치인 632를 가볍게 넘어섰다. 당시 투자자들은 “지금쯤 조정이 올 때”라며 숨을 죽였지만 지수는 예상을 비웃고 670까지 치솟았다.

분위기가 바뀌어 전문가들이 “630을 무사히 돌파했으니 700까지는 무난히 갈 것”이라고 내다보자 지수는 28일에는 무려 38포인트가 하락했다. 증시란 원래 투자자의 예상대로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지만 최근 ‘널뛰기 증상’은 그 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무엇이 문제인가〓널뛰기 장세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있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딩’으로 대변되는 투자자의 투자 행태와 증권 전문가들의 자신감 없는 예측도 널뛰기 장세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데이트레이딩은 중장기적인 전망보다 그날그날의 재료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조금만 재료가 있어도 주가가 급등한다. 또 그 다음날은 차익 매물이 쏟아져 나오며 큰 폭으로 하락해 예측 불허의 장세를 만들기 일쑤.

중장기 투자에 적지 않은 비중을 갖고 있어야 할 기관투자가들도 당일 등락에 연연하기는 마찬가지.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력팀장은 “기관이 하루하루 증시 분위기에 휘둘리는 바람에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도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의 자신 없는 예측도 한 몫을 했다. 테러 이후 대부분 투자전략가들의 예상 지수는 하루가 지나면 20∼30씩 바뀌기 일쑤였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가는 “전문가들이 ‘연구에 의한 소신있는 분석’을 하지 못하고 ‘남들과 비슷하게 말하면 중간은 간다’는 분위기에서 분석을 한 ‘죄’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