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구멍 파고들라"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32분


포르투갈은 피구같은 슈퍼스타를 보유했지만 거친 플레이에는 약점을 노출했다.
포르투갈은 피구같은 슈퍼스타를 보유했지만 거친 플레이에는 약점을 노출했다.
“세상에 완벽한 팀은 없다.”

역대 월드컵 최강의 팀으로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했던 브라질팀이 꼽힌다. 펠레를 비롯해 토스타웅, 리벨리노, 자이르징요, 게르손 등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한데다 5년 이상 발을 맞춘 멤버들이어서 완벽에 가까웠다.

그런 브라질도 예선에서 루마니아에 2골이나 빼앗기는 고전 끝에 3-2로 힘겹게 승리했고 8강전에서도 페루에 2골을 내준 뒤 4-2로 간신히 이기는 등 곤욕을 치렀다. ‘공은 움직이는 것이고 강팀이라도 빈틈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

2002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맞붙게 된 포르투갈 폴란드 미국.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등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어 한국으로선 선뜻 어느 팀을 이기리라고 할 만한 ‘믿는 구석’은 없다. 하지만 어느 팀이든 약점은 있기 마련. 이를 정확히 파악해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로 16강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첫 상대인 폴란드는 골잡이 올리사데베가 ‘강점이자 약점’. 폴란드는 득점력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출신인 그를 귀화시켜 지역예선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올리사데베 한 명에게 득점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약점이라는 분석이다.

폴란드 대표로 나선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13경기에서 10골을 넣는 등 팀 득점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올리사데베의 봉쇄야말로 너무나 당연한 지상과제다. 한국은 86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를 막기 위해 6명을 번갈아 전담 마크맨으로 투입해 마라도나를 묶는데는 성공했지만 이 때문에 다른 선수를 놓쳐 패했었다. 하지만 폴란드는 다르다. 올리사데베만 잡으면 폴란드 공격을 절반이상 막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 올리사데베와 함께 투톱으로 나서는 크리찰로비츠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는 한국대표팀 수비수 심재원은 “올리사데베를 막으면 크리찰로비츠는 활동범위가 좁고 느리기 때문에 움츠러들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필승을 노리는 2차전 상대 미국은 잉글랜드 프로리그에서 뛰는 6명의 선수를 포함해 유럽에서 활동중인 선수가 모두 12명에 달한다. 이들은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유럽식축구를 구사한다. 특히 94년과 98년 월드컵에 연속 출전한 바 있는 어니 스튜어트와 조 맥스 무어가 공격을 주도한다. 그러나 미국은 제프 아구스, 데이비드 레기스, 에디 포프, 카를로스 라모사 등 4명의 수비수가 일자로 포진하는 수비진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선에서 미국이 작지만 부지런하고 빠른 공격수들이 있는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에 패한 것이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포르투갈은 선수들의 개인기와 조직력, 경험 등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팀. 그러나 미드필드부터 강력한 수비로 밀어붙이는 팀은 약점을 드러낸다.

특히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 예선에서는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루마니아에 1무1패를 기록했다. 강력한 태클과 정신력으로 무장한 루마니아 선수들에게 ‘찍히고 밟히면서’ 제대로 그들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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