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개미도 개미 나름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32분


한국의 홍수(洪水)신화 가운데 개미가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선녀와 목신(木神) 사이에서 태어난 목도령이 어렸을 때의 일. 큰 비가 내려 온 세상이 물에 잠기자 목도령은 아버지인 목신을 타고 피하다가 개미를 구해준다. 육지에 도착한 목도령은 개미떼의 도움을 받아 그 곳에 있던 노파의 딸을 부인으로 얻는다.

개미를 보은(報恩)의 상징으로 묘사한 이 신화를 비롯해 예로부터 개미는 이야기속에서 근면 협동 지혜 등 좋은 의미를 지닌 곤충으로 그려졌다. ‘개미와 베짱이’ ‘개미와 비둘기’같은 동화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미가 주로 ‘어리석고 무모한 존재’로서 거론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개인투자가들, 특히 투자에 실패한 대다수 개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의 상승장만 봐도 개인들의 한계는 드러난다. 주가지수가 30% 이상 오르는데도 개인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지난해 폭락장을 경험한 뒤로는 장세를 판단하고 뛰어드는 타이밍이 한 발 더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뒤늦게 가세한 개인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고객예탁금이 16개월만에 1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보름 동안 1조원이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른 점을 보면 주가 상승에 조급함을 느낀 개인들이 서두르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개인들이 늘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실패하는 모습을 봐온 사람들은 “개인이 또다시 ‘상투’를 잡는건 아닐까”라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개인들의 투자 패턴을 보면 예전보다 영리해졌다”면서 “옛날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무작정 외국인을 쫓아가는게 아니라 외국인이 팔면 저가매수에 나서고 주가가 오르면 외국인에게 물량을 다시 넘기는 전략을 취하는가 하면 일부 종목에선 주가를 이끄는 모습도 눈에 띈다는 것.

개미투자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개미의 행태를 따라해보면 어떨까. 개미는 큰 먹이를 옮길 때 몇십번이라도 왕복하면서 조금씩 실어나른다. 투자에 비유하자면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이익을 쌓아가는 것.

그리고 개미들은 한 눈을 팔지 않는다. 일개미는 일개미대로, 수캐미는 수캐미 나름의 역할에만 충실한다. 주변 사람이 좋다고 하는 종목에 미혹되기 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서 승부를 걸자는 얘기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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