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뛰는 주가, 기는 실적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9시 07분


요즘 증권가에선 땅 위에 뒹구는 은행잎을 보면서 한숨 짓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바로 펀드매니저들이다. 운용 실적이 저조한 매니저들이 언제 낙엽과 같은 신세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숨을 짓는 것이다.

펀드를 결산하는 연말을 맞아 투신업계에 한 차례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상당수의 주식형 펀드들이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30% 가량 오르는 동안 한 자릿수 수익률에 그친 펀드가 수두룩하고 어떤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는 펀드매니저들이 이번 장세를 잘못 판단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상승세의 초입에 대부분의 매니저들은 ‘일시적인 반등’이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지수가 530대로 회복됐을 때 많은 매니저들이 앞다퉈 주식을 처분했다.

잘 때도 주식을 생각한다는 ‘선수’들이 왜 이처럼 어이없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어떤 이들은 99년 활황 장세를 경험했던 매니저들이 지난해말 대거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새로이 전진배치된 매니저들은 약세장에만 익숙해져있어 상승장에 발빠르게 대처를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1년간의 운용 실적만 놓고 매니저를 갈아치우는 풍토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한편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의 간접투자 행태에서 원인을 찾는다. 미국의 경우 투자자들은 펀드에 돈을 맡길 때 최소 5년간은 돈을 찾지 않는다는 전제를 당연시한다. 넉넉한 시간을 확보한 매니저들은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해 몇 년씩 보유하면서 수익률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반면 한국은 투자자들이 걸핏하면 환매를 요구하는 통에 매니저들이 장기 목표를 세우고 운용하는게 불가능하다. 따라서 ‘손해만 보지말자’는 식의 소극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원인이야 어찌 됐든 지난 주 베테랑 펀드매니저 한 명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업계에는 본격적으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의 펀드 시장도 가을마다 잎갈이를 하는 낙엽송형 매니저보다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형 매니저들이 더 많은 시장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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