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석]"한국인은 조직적 사고를 좋아한다?"

  • 입력 2001년 11월 25일 20시 01분


한국인은 분석을 좋아하는 민족인가?

'A의 경우에는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고 B의 경우에는 또 이런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래서 한국은 A 경우를 기대하는 것이 유리하다.'

매번 한국 스포츠가 국제무대에 나갔을 겨우 국내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일반적인 패턴이다.

그렇다. 한국 스포츠는 언제나 국제대회에서 이런 경우의 수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축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몇일 앞으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 조추첨 행사. 여기서도 한국의 스포츠 전문가들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어떤 것이 더 유리한가를 계산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유럽 2개팀이 속하는 경우를 피하고 북중미와 아프리카, 남미쪽을 희망하고 있다. 모두가 강팀들이지만 유독 유럽팀에 약한 한국축구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상상(?)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팀이 유럽 1개팀만 만날 경우는 1/8에 불과하다. 유럽지역에서 월드컵에 참가하는 팀은 모두 15개팀. 이중 7개 조에 2개팀씩 합류하게 되고 나머지 1개조에만 덩그러니 1개팀이 참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1개팀을 만나기 위한 경우의 수는 복잡하다.

또 여기에 우리에게 유리한 북중미나 아프리카 팀을 합류시킨 조를 만든다는 것은 인위적으로 하려해도 다소 어렵다.

왜 우리는 이런 경우의 수를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실력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유럽의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오대영 징크스'로 불릴 정도로 우리 한국은 유럽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렇지만 달리 생각하면 재미있는 구석도 있다. 한국은 어떤 종목이든간에 국제대회에서 복잡한 계산을 하게 만든 경우가 많다. 이것이 스포츠의 묘미이기도 하지만말이다.

얼마전 막을 내린 야구 월드컵에서도 역시 한국은 복잡한 경우의 수를 자초했다. 예선전에서 미국팀에게 대패, 결승진출 4팀이 동률을 이뤘지만 아쉽게 조 4위로 처지면서 일본과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미국전에 최선을 다해 실점을 줄였다면 조 2,3위로 진출 4강까지도 진출할 수 있었음에도 한국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스포츠에서 경기가 끝난 뒤 '만약'을 생각한다는 것이 무리겠지만 너무도 아쉬움이 남기에 이런 생각들을 하곤 했다.

월드컵과 올림픽에 나선 축구에서도 역시 1승 2무로 예선 탈락하기도 했고 3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것이 한국 스포츠가 경우의 수에 수선을 떨게 만든 이유다. 즉 국민들의 간절한 바램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뒤돌아서는 경험이 많다보니 팬들은 복잡한 경우의 수에 집착하게 된다. '중간 과정에서 이런 상황만 발생했더라도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모두가 국가대표팀이 국민들에게 선사한 선물이다. 국민들이 안일한 사고에 빠지지 않고 보다 조직적인 사고력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

하지만 국민들의 바램은 이렇고 저런 경우의 수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진인사대천명'을 외치며 여유롭게 경기를 바라볼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하는 것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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