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프로는 배우고 또 배운다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06분


골프 인생의 4단계라는 말이 있다.

제1단계는 막 시작한 사람들의 단계인데, 이들의 특징은 만나는 사람마다 골프를 권한다는 것이다. 제2단계는 어느 정도 알게 된 사람들의 단계인데, 이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골프를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 분은 해외 출장을 같이 간 동료가 새벽 2시에 잠을 깨워서 일어났더니 골프를 가르치려고 하더라는 것이다.

제3단계는 제법 잘하는 사람들의 단계인데, 이들은 가르치려 하지 않고 만약 누가 물어오면 “잘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제4단계는 골프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의 단계인데, 이들의 특징은 누가 물어오면 “나같은 사람에게서 배우지 말고, 비디오를 보거나 일류 프로에게서 제대로 배우라”고 한다는 것이다. 제4단계까지는 아마추어, 그 다음은 프로의 단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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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후진국에서 혁명이나 정권교체로 나라를 경영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은 제2단계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무슨 문제이건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해결에 나선다. 세계적인 전문가로부터 자문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어진다. 그 결과 각종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남미국가들도 국가경영을 세계적 프로가 아니라 ‘제2단계’ 아마추어들이 하면서부터 경제는 침체했다.

‘제2단계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들은 선하고 남들은 모두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르침에 거역하거나 문제해결 방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려고 든다. 이들이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아마가 프로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 같은 것이 작용한다. 각종 정책의 시행착오도 많고 감옥은 넘쳐난다. 남은 나쁜 사람이란 가정 하에 경영하는 것을 경영학에서는 X이론이라고 한다. 국민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지시를 위반하는 사람은 가혹하게 처벌해야 된다는 공산주의는 X이론에 가깝다.

한국이 다른 개발도상국과 다른 점은 1인당 소득 100달러 때부터 국내외 세계적인 프로들을 잘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한다면 몇 년 전 스위스 제일의 UBS은행이 전망한 것처럼, 21세기 국가경쟁력 세계제일의 나라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세계를 주도하는 제일의 경제대국 미국의 큰 장점은 국가경영이 항상 세계일류 프로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제2단계 아마추어들은 발붙일 수가 없게 시스템이 짜여져 있다.

한때 프로골퍼가 될까 하고 생각한 바 있던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으뜸가는 경영전략가로서 한번 강의에 11만달러나 받는다는 것이다. 허버트 사이먼 교수는 행정학박사이지만 노벨상은 경제학으로 받았다. 참 실력은 컴퓨터 사이언스에 있는데 취미는 심리학이어서 필자가 그를 만나러 갔을 때 카네기 멜론대 심리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외국어는 20여개나 한다. 경영학의 시조인 피터 드러커 교수는 지금까지 29권의 경영학 책을 썼는데 미래를 예측한 것 가운데 틀린 것이 거의 없어서 이 모두가 지금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세계 수준의 프로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언제든지 열심히 더 배우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정상에 올라간 프로들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그야말로 촌음을 아껴가며 연구하고 더 배우려고 한다. 남을 가르치려고 하는 아마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작년 미국의 주요 대학 총장 협의회인 켈로그위원회는 앞으로 미국대학에서는 가르침(teaching) 대신 배움(learning)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결의했다. ‘나는 좋은 학교도 다녔고 많이 알므로 남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지식사회는 지식이 급변하는 사회이다. 우리 아이들이 세계수준의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물론, 급변하는 지식을 따라잡기 위해서도 배움의 중요성을 알고 ‘배움’을 ‘배울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했으면 한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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