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권시장도 미국 따라가네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50분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 금리마저 미국 시장에 따라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이 최근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를 살리는 대신 채권 가격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극단적인 현상이 지난주에 나타난 것.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돈은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움직이게 된다.

지난주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지표 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13일 이후 3일 동안 무려 0.64%나 폭등했다. 4%대에 머물던 금리가 5%대로 오른 것은 물론 전문가들이 최고점으로 생각했던 5.2%도 단번에 뚫어버린 것.

이는 국내 주가 상승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탓도 있지만 12일부터 시작된 미국 채권시장 금리의 폭발적인 오름세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 미국과 연관성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펀드매니저나 딜러들이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미국 금리를 확인할 정도로 ‘미국 쳐다보기’ 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

▽왜 동조화인가〓한마디로 국내 채권시장에 참고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지표나 정보가 없기 때문. 경제가 좋아지거나 그럴 기미가 보이면 채권 금리는 올라가기 마련(채권가격은 하락)이다. 최근 양국의 주가 상승세를 보면 경기가 좋아질 것 같기는 한데 그럴 만한 증거는 없다. 결국 투자자들이 투자의 기준 지표로 삼을 만한 것이 미국 금리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교보증권 김진성 책임연구원은 “어차피 국내 경기에 대한 판단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치열한 눈치보기 끝에 미국의 금리를 투자 기준으로 삼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와의 연관성〓채권시장에서는 최근 금리 급등이 단순한 ‘미국 따라하기’일 뿐 실제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곧 진정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증시에서 보는 관점은 다르다. 어차피 주가나 금리 모두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이는 한 증시의 상승이 지속된다면 금리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금리 급등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채권시장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